최태영 취재2팀장
최태영 취재2팀장

코로나19 재확산과 환율 급등이 한국경제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3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고환율 지속은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을 촉발해 높아진 물가를 더 끌어올린다. 외환위기 우려는 이제 걱정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고,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의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전월대비 0.5%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0% 급등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7월에도 6.3%로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주요 배경 중 하나도 '환율 방어'였다. 7월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아지는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이로 인해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여기다 금융투자업계는 올 연말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3.25%,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2.7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과 한국은행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각각 연 3.75%, 연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환보유액은 줄고 있어 제2의 외환위기란 말까지 나온다. 앞서 우리가 겪은 외환위기 전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1995년 5.9%, 1996년 5.6%에서 1997년 3.7%까지 떨어졌다. 외화가 없어서 위기를 막지 못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올 들어 2월 말 4618억달러(세계 8위)에서 6월 말 4383억달러(세계 9위)로 4개월 연속 감소세다. 같은 기간 우리보다 GDP 등 경제규모가 작은 싱가포르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4266억달러(2월말, 세계 10위)에서 3420억달러(6월말, 〃)로 급감했다.

싱가포르는 그러나 우리보다 외환보유액 총액은 적은데, 환율 충격이 작다. 외환보유액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가 더 불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싱가포르의 외환보유액은 GDP 대비 100% 안팎에 달한다. 국가신용등급도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우리보다 높은 AAA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인 독일과 같다.

싱가포르는 또 국가채무비율이 1995년 69.6%에서 지난해 145.9%까지 급등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50%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가채무비율이 이 정도임에도, 국가신용등급은 지난 수십 여년 간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이는 GDP 대비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 7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46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넉달 연속 적자다. 4개월 연속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에서 9월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겹치면서 우리 실물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들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고물가가 계속되면 민간 소비마저 위축돼 경기 침체로의 진입이 빨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현 사태가 우리 정부의 노력 만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기회복,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추세 등 복잡한 변수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다.

경제계 안팎에선 물가가 가을쯤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하지만, 여기에는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공급망 문제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책 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위기가 닥친 이유를 생각하면 안정을 찾는 길이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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