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범 (사)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
서천범 (사)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

국내 골프장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린피 정가를 게시하지 않고 단체팀에 객단가를 요구하거나 부킹을 하지 못한 골퍼들의 지갑을 터는 등의 비상식적인 행태들이 적지 않다.

우선 골프장 홈페이지에 정가를 게시하지 않는 대중골프장들이 많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고급 회원제 골프장들이 회원 위주로 경영하면서 홈페이지에 정가를 게시하지 않았다. 그룹사의 임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곤지암·제이드팰리스CC, 수십억 원대의 회원권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트리니티·해슬리나인브릿지CC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퍼들이 몰려들면서 100여 개의 대중골프장들이 홈페이지에 정가를 게시하지 않고 회원에 가입해야만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이런 골프장의 그린피를 파악하기 위해서 필자는 법인폰을 개인폰으로 바꿔서 회원가입을 해도 매진이라 그린피를 알 수 없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 볼펜 한 자루도 정가가 메겨져 있는데, 수십만 원하는 골프장 그린피의 정가가 없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골프수요에 따라 그린피를 골프장 마음대로 올리겠다는 심보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것도 정부가 골프대중화를 위해서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대중골프장들이.

부킹을 하지 못한 골퍼들의 지갑을 터는 사례도 있다. 어떤 대중골프장은 부킹난이 최고조에 달하는 10월에 정상가격의 2배에 달하는 높은 가격을 일주일에 한 번 게시한다. 누가 이처럼 비싼 그린피를 내고 칠까 싶지만 접대를 위해서 부킹이 꼭 필요한 골퍼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 이 골프장에서 재미를 봐서 그런지 주변 체인 골프장들도 비수기인 올해 8월에도 써먹고 있다.

단체팀을 받아주는 골프장들은 객단가라는 이상한 돈을 요구하고 있다. 1인당 3만 원 내지 5만 원하는 객단가는 골퍼들이 골프장내에서 식사나 음료, 골프용품 등에 지출해야 하는 돈이다. 이 때문에 식사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골프용품도 급등하면서 품절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골프장수가 급증하면서 사라졌던 객단가가 골프수요가 급증하면서 슬그머니 부활해 씁쓸하다.

골프수요가 폭증하면서 수도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연단체 회원을 받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연단체 회원은 그린피를 일정 부분 할인해주면서 골프장의 비수기를 채워주는 고마운 골퍼들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정가로 치겠다는 골퍼들이 몰려들면서 연단체 회원을 기피하고 있다.

아는 바와 같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수요 폭증으로 골프장의 그린피는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대중골프장의 그린피 인상률은 지난 2년간 주중이 29.3%, 토요일이 22.0%에 달했고 비수기로 접어드는 6월 이후에도 1% 정도 추가 인상시켰다. 또한 무더운 7-8월의 비수기 그린피는 정상가보다 몇만 원 할인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

한편 그린피가 비싼 대중골프장들이 비회원제로 오는 11월 4일부터 분류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이상과 같은 비상식적인 행태들이 사라지고 국내 골프장산업이 정상화되기 기대해본다. 특히 세금감면 혜택을 계속 받게 될 대중형 골프장들은 홈페이지에 정가를 의무적으로 게시하고 이용료를 싸고 받고 골프꿈나무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정부의 골프대중화 정책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서천범 (사)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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