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식 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장
서영식 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장

올해는 충남대학교(CNU)가 개교 70주년을 맞은 해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중반, 충청남도 도민들의 일두일미(一斗一米) 운동을 기반으로 해서 도립대학으로 출범한 충남대는 개교 당시부터 중부권 최초의 현대식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전란으로 피폐해진 교육사업의 재건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고자 모든 구성원이 불철주야 매진했다. 그러나 전쟁 중에 개교한 터라, 설립 당시에는 캠퍼스는 고사하고 교사(校舍)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당시 선화동에 있던 도청의 자재 창고 등 대전 시내 곳곳의 낡은 건물을 대학 본부와 강의실로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형편이었다. 또한 개교 당시에는 구성원이 교수 12명, 직원 14명, 신입생 250명에 불과했으며, 조직 면에서도 단 2개 단과대학(문리과대학 및 농과대학)과 5개 학과로 출발했다. 그러나 개교 직후부터 2년 간 도지사 겸 총장서리를 맡았던 운정 성락서 박사(芸庭 成樂緖, 1905-1988)와 초대 총장을 역임한 동교 민태식 박사(東喬 閔泰植, 1903-1981)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헌신에 힘입어, 54년 4월에는 학내 기관 일부가 신축된 문화동 캠퍼스로 이전하는 등 빠른 속도로 대학의 기틀이 잡혀갔다.

개교 이래 70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현재 충남대는 45만 평 규모의 대덕캠퍼스를 중심으로 950여 명의 교수진과 2만 명을 상회하는 재학생들이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에 매진하는 중부권 거점국립대학으로 거듭났다. 특히 올해부터는 21세기의 진정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진숙 총장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더욱 다양하고 값진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진행 중인 대학 간 통합 논의는 더 큰 미래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진행 과정에서 그동안 지적되었던 통합의 목적과 방향을 좀 더 명확히 제시하고 또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준다면,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를 끌어냄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특히 가속화되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무한경쟁 시대에 대응하며, 거점국립대학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구성원 모두 사심 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공존해온 충남대의 더 큰 미래를 기원하며, 인문학자의 입장에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중부권을 대표하는 종합대학이자 거점국립대학으로서 지역민들과의 소통에 조금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충남대가 개교 이래 지난 70년간 지역발전과 현안 해결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 또한 하심(下心)의 자세로 충분히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구성원 모두가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둘째, 지역사회에 적합한 리더정신의 발굴과 함양에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우리 지역 학생들이 21세기형 '융합적 지식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청년들이 지방대생이라는 부정적 사고 프레임을 극복하고 내면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나아가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자세를 확립할 수 있도록 교육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현재 충남대는 행정과 정치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한 세종시 진출을 확정하고 제2캠퍼스를 조성 중이며, 특히 첨단 공학 중심의 교육·연구 기반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인문사회과학의 학술적 가치를 보여주고 동시에 실천적 기능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책 프로그램이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기술의 활용에 관한 신구권력 간의 첨예한 논쟁이 보여주듯이, 최첨단 과학기술은 자체로서 가치중립적일지라도 그것의 사회적 정당성은 일차적으로 인문학에 뿌리를 둔 법과 정치 그리고 행정의 담론을 통과해야 하며, 나아가 여론형성 및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천천히 확보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산학협력의 진정한 성공은 물질적 기반(이과)과 정신적 가치(문과)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서영식 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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