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변호사
김경호 변호사

이관규천(以管窺天), 즉 '대롱(管)으로 하늘을 엿본다(窺)'는 의미의 사자성어가 있다. 춘추시대 명의(名醫) 편작이 한 말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는 '괵'이라는 나라의 태자가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편작이 찾아가 태자를 소생시킨 후 궁정 의사에게 한 말로,​ "그대의 의술은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以管窺天), 좁은 틈새로 무늬를 보는 것(以郄視文)과 같소."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夫子之為方也,若以管窺天,以郄視文」 (史記列傳 扁鵲倉公列傳 중에서) 이 이야기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의 '한계'에 대한 지적으로, 전문가는 저마다 자기의 '대롱'으로 세상을 본다는 가르침이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국민의 공분을 샀던 故 이예람 공군 여군 자살 사건이 발생한 그 부대에서 또 공군 여군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故 이예람 자살 사건으로 군사법 개혁이 이루어져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폐지되고 군사법원은 국방부 직속이 되었고, 각 군 검찰 조직은 법무 병과장 밑에 있다가 각군 참모총장 직속으로 조직이 개편되었는데, 이런 군사법 개혁 이후 찬물이라도 끼얹듯이 또 그 부대에서 또 여군이 자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근본 원인 중에 하나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군사법 전문가(군법무관 등)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그들은 더 이상 자신만의 '대롱'으로 사건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해서는 안 될 것이다. 편작은 '죽은 사람'을 소생시킨 것이 아니라,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고친 것에 불과하였다. 군사법 개혁에 있어서 군사법원과 군검찰 조직을 창군이래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조직으로 완전 개조해서 군사법을 '소생'시키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치는' 것 중 근본은 군사법 전문가(군법무관 등)들의 의식개혁이 선행하여야 한다.

관련 뉴스에 의하면, 故 이예람 중사 사건의 담당 군검사가 당시 "4~5월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주 4일 근무"를 하였지만, 군형법 군무이탈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단순 징계를 받는데 그쳤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중에 어느 여군이 당직근무 중에 갑자기 당일 준비 못 한 생리 때문에 "약 3시간 17분 동안 지휘관의 적법한 허가 없이" 숙소에서 긴급조치하고 샤워하고 와서, 그리고 사후 지휘관에게 보고하여 정식 경고장도 받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벌금형(형사사건)으로 군검사가 약식기소하고 군판사가 결정하여 이에 불복 후 정식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

"4~5월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주 4일 근무"를 군검사는 징계, "약 3시간 17분 동안 지휘관의 적법한 허가 없이" 영내숙소에서 긴급조치한 여군은 군무이탈 재판,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가? 군사법 전문가(군법무관 등)들은 자신이 어떤 의자에 앉아 판단하고 있는지 반드시 명심하여야 한다. 여기서부터 군사법 개혁은 이야기되어야 한다.

끝으로,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유 중의 하나로 특정 출신 장교들이 비밀경찰이나 히틀러의 비선라인으로 '중용'되어, 그들의 '대롱'으로 전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하고, 경제적으로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특정 엘리트 대학 출신의 전문가가 주로 '중용'되어, 그들의 '대롱'으로 우리 사회의 이 '혼란'과 '위험'을 바라본다면 대한민국 역사의 후퇴를 경험할지 모른다.

대한민국 전문가가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의 '대롱'이 아닌, 국민과 '소통'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김경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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