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
박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

연일 폭염에 시달리다 보니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기후는 매일의 날씨(기상)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보편적인 기상 상황을 말한다. 즉, 기후는 누적된 기상의 평균적인 모습인데, 누적 평균은 천천히 변화하므로 기후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무시하는 것은 끓여지는 물속에서 서서히 높아지는 온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결국 익혀 죽는 개구리와 같은 사태를 낳는다. 기후변화 대응은 개구리처럼 안주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더워지는 물에서 뛰쳐나와 데워진 물을 식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염 속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숲 환경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연료를 잔뜩 지닌 울창한 숲은 작은 불꽃이 큰불로 확산되기 쉽다.

그런데 접근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관리되지 않은 숲에서 발생한 재난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잦은 대형산불로 인해 미국에서 숲속 전원주택은 화재보험 가입이 어려운 위험한 자산이 됐다. 아름다움 속에 안주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손익계산을 해 보니 버림받는 존재가 된 것이다.

풍요로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된 숲은 인간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지나치게 울창한 숲은 오히려 재난을 부를 수 있다. 숲을 재난의 원흉이 아니라 행복의 원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접근방식을 통한 적절한 관리가 이뤄져야만 한다.

올해 8월은 현대 산림과학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시점이다. 산림녹화 성공 신화의 초석이 됐던 산림과학 연구는 이제 미래 100년을 향해 더 큰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좋은 숲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100년을 토대로 국민이 그 숲에서 행복을 누리도록 미래 100년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것이다. 아름답게 성숙한 우리 숲이 더욱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의 옷을 입혀 나가고자 한다.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숲과 과학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고 외치는 국립산림과학원이 우리 숲을 '삶아지는 개구리'가 아니라 '신선함과 소망을 주는 팅커벨'로 만들도록 성원해 주길 바란다.

박현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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