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최혜진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3년 전부터 기획 공연으로 올리는 '우리소리 축제 하하하'는 8월 중 열하루 동안 펼쳐지는 한국음악 축제다. 서로 다른 한자말을 웃음소리로 엮어 '여름날 (한국음악의 매력에) 놀라서 (마음이)열린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우리소리 축제에 놀러가고픈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이쯤 되면 대전 국악의 브랜드가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세계화를 염두에 둔 '한국음악'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국악'이라 하면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음악이라 여겨지는 것이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속도가 생명이고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느리고 무겁고 어려운 음악을 우리 음악이니 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는데 국악은 옛날 저편에 앉아서 '에헴'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외면하고 도망가기 딱 좋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국악이 쓸모없고 사라져도 좋은가 하면 그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 음악이 곧 우리의 모습과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정서나 시대에 맞게 국악도 변화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발전해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21세기에는 이 시대에 맞는 국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전통'이 옛날 그대로 바뀌지 않고 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전통'이란 우리가 가치있게 생각해 후세로 전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자기 갱신을 거듭해야 한다.

지금 현재의 국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판소리나 가곡, 시조창, 풍류 같은 것들은 18세기가 돼서야 생긴 것이고 산조나 병창, 창극 같은 것들은 20세기가 돼서야 그 형태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알고 있는 국악이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것이되, 끊임없이 발전을 이룩해서 온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음악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만이 살아남는다는 기본적인 원리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의 국악 역시 21세기 국악이 되기 위해 부단히 변신 중인 것이다.

긴 세월 동안 우리 DNA 속에 축적된 음악 에너지는 우리 고유의 예술을 형성해 왔고, 이제 꿈틀꿈틀 세계의 모든 음악과 예술과 만나고 싶어 한다. 전통적인 고유의 원형을 지키는 국악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 원형을 변형, 개발시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 예술인들의 꿈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양한 악기들이 만나고, 실험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도전들이 우리 음악의 세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하하하'에서 우리는 변화하는 젊은 국악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에 우리 마음을 열어 줄 신나는 국악의 향연이 대전에서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펼쳐진다. 이미 검증된 뮤지션들이 대전으로 찾아와 시민들을 만나니 기대를 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눈여겨 보았던 멋진 공연들을 보러 국악원 나들이를 떠나보리라. 그리고 이제는 대전이 국악의 불모지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겠다.

최혜진 목원대 스톡스대학 기초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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