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안전성평가연구소 유전체손상연구그룹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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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어난 쓰나미에 의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전원을 상실해 냉각기능을 잃었다. 이로 인해 원자로 온도는 계속 올라갔고, 수소폭발이 일어나 후쿠시마 제 1원전 1, 2, 3호기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내용은 바로 11년 전에 일어났던 사고로,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와 빗물, 그리고 지하수가 합쳐져 매일 약 170t 가량의 방사성 오염수가 모이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해저 터널 공사를 지난 6월 25일에 시작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은 일본 내부뿐 아니라, 한국, 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에서도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2023년도 완공 예정인 해저터널을 통해 약 1㎞ 떨어진 바다에 30여 년에 걸쳐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10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국정감사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방출 시 세슘 외 다른 핵종물질이 한 달 내에는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바다에 방류할 방사능 오염수는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 뒤 그 해양 수산물이 우리 국민의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본 정부가 해저 터널을 통해 방류하는 방사능 오염수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우리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해양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우리 어민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힐지, 수산물을 섭취한 우리 국민의 건강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삼중수소'다. 일본은 방류되는 오염수가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 농도로 처리돼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주요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삼중수소는 ALPS로 걸러지지 않는다.

이처럼 걸러지지 않는 오염수는 바다를 통해 해양생태계에 축적되고, 해양 수산물을 섭취한 사람은 인체에 축적된 내부 피폭에 의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노출 될 수 있다. DNA에 흡수된 삼중수소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에 흡수된 것과는 달리 대사로 줄어들지 않고, DNA 속에 오래 머물게 돼 DNA 손상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또한 태아의 난자 DNA에 흡수된 삼중수소는 다음 세대에도 유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해양생물 중 이매패류에 속하는 홍합은 바위·해저 등 지형에 족사라는 섬유질을 분비해 몸을 단단하게 고정해 이동 없이 생활한다. 마치 도로 위의 CCTV처럼 바다 속 해양 오염물질의 생물학적 축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생물로 알려져 있다. 홍합은 방사능 오염수의 생물학적 축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최적의 해양생물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CCTV 역할을 하는 홍합 아가미 속의 DNA를 분석해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영향평가를 한다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하기까지 이제 약 9개월이란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오염수 방출 후에는 우리 바다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오염됐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방사능 오염수가 방출되기 전까지 우리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영향평가 데이터를 빠른 시일에 확보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각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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