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윤석열 대통령의 충청 방문 일정이 매번 공교롭다.

윤 대통령이 9일 취임 후 두번째로 세종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데, 지난 5월 26일 첫 세종 국무회의를 개최한지 75일 만이다. 당시 국무회의는 6·1 지방선거 직전이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주재 '세종 국무회의'에 날짜를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세종에서 국무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라는 대목이 어느 때를 말하는 건지는 모호하다. 아마 '정치적 판단'을 염두에 둔 것인가 하는 짐작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윤 대통령의 이번 세종 국무회의는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 공약파기 논란 수습'과 연결 짓는 분위기가 강하다. 첫 국무회의도 '지방선거와의 연결고리' 기류가 있었는데, 두 번째 국무회의 역시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세종시에 부여된 당위성 실현을 위해선 '정치공학이 아닌 가치와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진정성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진위 여부를 떠나 '정치적 여지' 또한 경계해야 한다.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말이다.

이처럼 진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이유는 바로 학습효과 때문이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행정수도' 공약은 되풀이돼 왔다. 그때마다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질지, 아니면 이번에도 표심만 노린 기회주의적 처신이 재현될지 지역민들은 마음을 졸였다. 그 세월이 어언 20여 년.

이번 대선에서도 여야 모두 '청와대 세종 집무실' 설치를 행정수도 완성의 유인책으로 제시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세종시 출범 이후 선거 때마다 반복해온 '공염불 공약'의 학습효과 역시 그만큼 컸다.

그래도 이번에는 '충청의 아들'이라 외치던 윤석열에게 지역민들이 남다른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니, 공식 발표마저 무산되는 일에 불안감이 비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세종 방문에 아무런 메시지도 내놓지 않는다면 지역 반발에 거세게 부딪힐 개연성이 크다.

단순히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어쩌다 세종 회의'가 아닌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안의 '명확한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와 실행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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