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관련 공모 줄줄이 탈락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도 고배
시민들 "실망 넘어 자괴감 든다"

송연순 논설위원
송연순 논설위원

"우주산업 클러스터마저도…."

가칭 '항공우주청' 유치 경쟁에서 경남 사천에 밀린 대전시가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에서도 사실상 물(?) 먹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대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성심당이라고 한다. 물론 대전이 과학도시라는 점을 들어 항공우주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생명과학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몰려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를 꼽기도 한다. 대전시는 그동안 과학도시와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표방해 왔다.

하지만 과학기술 관련 각종 정부 공모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대전이 '무늬만 과학도시'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그동안 "우주청은 경남 사천으로 가지만, 우주 관련 기업 육성은 대전을 중심으로 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다"라고 강조하며 항공우주청 유치 실패에 따른 지역 내 반발 여론을 달래 왔다. 하지만 우주산업클러스터 유치마저 어렵게 되면서 대전이 또 '우롱' 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대전시가 중앙정부 공모 또는 지정 사업에서 탈락하는 것은 새롭지도 않다. 다반사가 돼버린 지 오래다.

지난해 7월 대전시는 치료제·백신 등 신약 개발 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500억 원이 투입되는 'K-바이오 랩 허브' 국가 공모 사업에서 최종 탈락했다. 대덕특구와 바이오벤처기업 등을 내세워 11개 지방자치단체와 경쟁을 벌였지만 인천 송도에 밀렸다. 애초 이 사업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해진 모더나 바이오기업 등을 배출한 미국 보스턴의 랩 센트럴을 대전시가 벤치마킹해 정부에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를 공모사업으로 전환했다.'K-바이오 랩 허브' 후보지가 인천으로 결정되면서 시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정부 공모사업과는 별개의 '대전형 바이오 랩 허브' 추진을 선택하게 된다.

대전시는 지난 2005년 첨단의료복합단지, 2007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 2009년 로봇랜드 등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5조 6000억 원이 투입돼 신약과 첨단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은 대전에 생명공학연구원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도 대구에 내줬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해 대전엑스포 때 시범운행까지 했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은 인천이 가져갔다. 지능형 로봇을 개발·보급하는 7000억 원의 규모의 '로봇랜드' 사업도 경남 마산이 차지했다. 당시 대전에 있는 KAIST에서 로봇 '휴보'를 개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었다.

대전시가 정부 공모사업에서 잇따른 실패도 문제지만 더 큰 것은 대규모 국비지원사업도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국비 지원사업인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사업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2003년 민선 3기 때부터 4명의 대전시장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언제 첫 삽을 뜰지도 불분명하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은 2014년 4월 당시 염홍철 시장이 고가 방식의 자기부상열차(일부 구간 지하화)로 결정하면서 11년 만에 건설 방식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는 듯했다. 당시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2020년 말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4년 6월 당선된 권선택 대전시장이 갑자기 건설 방식을 '트램'으로 바꾸면서 다시 논란을 지폈고, 이제는 원활한 사업 추진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민선 7기 대전시가 예상했던 사업비가 2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 시는 최근 트램의 기본설계 결과 총사업비가 1조 48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과학도시'를 표방한 대전이 첨단 과학기술 관련 각종 정부 공모 및 지정 사업에서 줄줄이 탈락하면서 시민들은 실망을 넘어 자괴감까지 느낀다고 말한다. 잇따른 국가 공모사업 탈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민선 8기 대전시는 '일류 경제도시'를 시정 목표로 내걸었다. 공약이 거창한 구호로만 그친다면 대전은 과학도시, 경제도시 대신 여전히 '빵'과 '칼국수'의 이미지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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