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소장 '박회수 초상'

대전시립박물관 소장 '박회수 초상'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대전시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박회수의 초상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화 작품이다. 숙헌공 박회수(肅憲公 朴晦壽, 1786-1861)는 1833년부터 1849년까지 무려 4차례나 지금의 중국 북경(北京)에 사신으로 다녀왔다. 그는 그곳에서 서양인에게 초상화를 한 점 그리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 그림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회수의 초상은 성균관대학교박물관에도 1점이 소장돼 있다. 전통적인 화법의 초상화이다. 화풍의 차이도 흥미롭지만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초상 모두 분홍색의 단령(團領)을 입고 사모(紗帽)를 쓰고 있어 비슷한 차림이지만 허리띠의 재질이 다르다. 시립박물관 초상은 노란 바탕에 붉은 무늬가 들어간 학정대(鶴頂帶)를 둘렀다. 종2품이 사용할 수 있는 소금대(素金帶) 장식이다.

성균관대 초상의 박회수는 노란 바탕에 까만 점이 콕콕 박혀있는 허리띠를 두르고 있는데, 이는 1품 관리만이 착용할 수 있는 서대(犀帶) 즉, 물소뿔 허리띠이다. 박회수는 이 그림이 그려지기 2년 전 좌의정의 자리에 올랐다.

두 그림 사이에는 근 30년의 세월이 있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어쩐지 친근한 인상의 젊은 사신은 어느 새 자애로운 눈빛을 지닌 70대의 정승이 됐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서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해줄 이야기는 무엇일지 잠시 생각해볼만 하다.

송영은 대전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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