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 건양대 의료인공지능학과 교수
김웅식 건양대 의료인공지능학과 교수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알파고(AlhpaGo)와 이세돌 9단과 사이의 대국은 전세계를 충격을 빠뜨렸다. 이전까지의 인공지능은 SF영화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미래기술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인공지능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우리는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바둑의 패러다임은 바뀌었으며, 인공지능은 현재 자율주행, 음성인식, 온라인 컨텐츠 추천 등의 형태로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분야에까지 전파되고 있고, 본 칼럼에서는 의료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간략한 예시를 제공하려고 한다.

첫째, 의료분야에 인공지능은 의료자원의 효율화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대중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가와 경제적 발전 및 의료 보험 적용 범위 확대 등은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이에 따라 의료진의 업무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병원내 한정적인 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의 제공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병원 시스템 효율화의 예는, 예약 환자의 노쇼(no-show)확률을 예측하여 리마인드 콜을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2020년 Chong 등의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인공지능의 적용이 노쇼 확률을 19.3%에서 15.9%로 감소시켜 의료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경우는 인공지능이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아니기에 각종 규제나 제한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병원의 입장에서도 인공지능 적용의 리스크가 낮다. 이 외에도 인구 수 대비 의료 자원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건강검진을 위해 인공지능을 적용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만 의료진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질병의 스크리닝(screening)에 적용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둘째, 조기 진단 혹은 실시간 진단을 보조하는 데에 의료인공지능이 사용될 수 있다. 환자들 중에는 뇌졸중과 같이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어 즉각적인 진단과 처치가 생존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케이스가 있다.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는 알러지 환자들의 경우에도 진료순위를 우선적으로 배정하여 치료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실시간 판정을 하는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급박한 상황을 감지하고 알리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다. 2016년 Grunwal 등의 연구에서는 신경외과에서 영상을 촬영하면 AI가 판독하여 뇌출혈 소견이 보이는 경우 처치실에 알람을 보내 해당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현하였다. 해당 시스템을 적용 한 결과, 영상 촬영 후 뇌출혈에 대한 처치가 수행되는 시간이 평균 281분에서 243으로 40분 가량 줄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2021년 Baltruschat 등의 연구에서는, 흉부 x-ray에서 이상소견이 감지되면 해당환자를 먼저 처리하도록 하는 알람 시스템을 임상에 적용하였다. 이 연구 결과 흉부의 긴급 소견을 발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80분에서 35-50 정도로 최대 57% 가까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 외에도 환자 개인의 특성에 특화된 치료계획 수립이나, 각종 영상의학과적 검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선 노출의 위험 감소, 판독 보조를 통한 영상 판독 시간 감축 등 인공지능이 의료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단, 인공지능의 산업 분야 적용은 인공지능의 안정성이나 신뢰도에 대한 확보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인공지능이 공중보건과 의료 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하여 올바른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김웅식 건양대 의료인공지능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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