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14만원 인상안에 노조 15만원 맞서… 노조 "무임금 배토작업, 당번제도 폐지"

지난 29일 천안 수신면 천안상록리조트 앞에서 열린 캐디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캐디 노조 제공

천안상록골프앤리조트(이하 천안상록리조트) 골프경기보조원(이하 캐디)들이 캐디피 인상과 무임금 노동 폐지를 주장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캐디 노조는 타 지역 상록리조트와 동일하게 15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인근 골프장의 캐디피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전국여성노조 상록CC분회(이하 노조)는 지난 29일 천안 수신면 천안상록리조트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화성, 천안, 김해 등 상록리조트 3개 사업장 조합원 200여 명이 참여했다. 천안상록리조트의 캐디 70%가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상록리조트 노조는 31일까지 파업을 이어갔다.

노조는 무보수로 이뤄지는 배토 업무(골프장 잔디가 파인 부분을 메우는 보수 작업)와 당번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캐디는 특수고용노동자로 골프장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캐디피로 대신한다. 캐디피는 골프장 이용객이 캐디에게 경기를 도와준 대가로 지급하는 요금이다. 노조에 따르면 천안상록리조트는 캐디에게 배토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캐디 노조 관계자는 "근무시간 내에 배토를 하라고 하지만 여건 상 근무시간 외에 시간을 내야 한다"며 "그린피에 배토가 포함돼 있다. 배토를 강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번제는 심부름, 교체 등을 위해 하루를 꼬박 대기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없으면 캐디는 임금을 받지 못한다. 당번 캐디는 무임금으로 근로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안상록리조트 관계자는 "배토 작업이 캐디에게 일방적으로 맡기는 게 아니다. 코스관리부 직원이 있어서 전체 배토를 하고 있다"며 "캐디에게 부여하는 배토는 라운딩시 골프채로 조금씩 생기는 것. 과한 업무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토와 당번 등의 업무는 캐디와 사업장간 계약상 발생하는 의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캐디피 인상에도 노사가 강하게 맞붙고 있다. 현재 천안상록리조트의 캐디피는 13만 원이다. 올해 천안상록리조트는 캐디피를 14만 원으로 올릴 계획하고 있다. 노조는 15만 원까지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화성 상록리조트는 캐디피가 15만 원 올라가는 상황이다. 천안도 캐디피를 동일하게 올려달라는 것"이라며 "회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인상해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캐디피를 인상하고 싶다면 배토, 당번 등을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골프장에서는 노캐디로 경기를 운영하는데 카트사고, 타구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고객의 안전을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록리조트 관계자는 "공급보다 수요가 높아 어느 골프장이든 캐디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주변이 14만 원이다. 15만 원으로 하면 다른 캐디들이 이직해서 들어올텐데 다른 골프장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단협사항으로 캐디피를 올린 적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노캐디로 운영하면 골프장 매출에도 안 좋다. 20팀 정도가 줄었다" 말했다.

한편, 천안상록리조트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자회사 상록골프앤리조트가 운영하는 공무원 후생복지 시설로 이용객 80% 이상이 공무원과 퇴직 공무원이다. 천안상록리조트는 지난 1월 직원의 안전근무여건 조성을 위한 안전보건 경영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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