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부국장
이상진 지방부 제천주재 부국장

'해와 바람'이 지나가던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내기를 했다. 바람은 강한 돌풍으로 나그네의 옷을 더욱 여미게 만들었지만 해는 따뜻한 햇살을 통해 나그네의 옷을 벗겨 내기에서 이겼다는 이솝 우화 중 '해와 바람'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통해 얻는 교훈은 '강압보다는 때론 설득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지나치게 비대해진 경찰권력의 견제와 통제를 위해 행안부 내의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들은 수사권 독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수사권에 대한 간섭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주장이다. 특히 인사권 장악 같은 강력한 통제는 경찰의 정체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찰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과 일정이 너무 거칠고 강경한 대응으로만 밀어 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민 장관은 총경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비유하고, 휴일에 모인 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참석자 전원을 감찰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행정안전부 내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찰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강경한 조치는 오히려 더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해와 바람' 이야기를 통해 얻는 교훈 '강압보다는 때론 설득이 더 강하다'는 것이 생각난다.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신설 조직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특히 제도적 견제가 아닌 인사권 장악 같은 강력한 통제를 전제로 한다면 경찰의 독립성은 훼손될 것이다.

경찰국 신설과 같은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경찰을 설득하거나 다른 대안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강한 사람에게는 지혜로움이 또 다른 무기이며,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강한 것이 또 다른 무기이다. 이것이 바로 역경을 극복하거나 위기에서 살아남는 지혜라는 것을 정부는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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