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
노경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

지구촌은 지난 2년간 팬데믹과 치열한 싸움을 치렀고 그 싸움은 우리 모두를 안으로 움츠리게 했다. 지구촌이 겪은 이 고난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지구 밖을 향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를 비롯해서 인도의 찬드라얀 3호, 미국의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가 8월에 예정돼 있다. 9월엔 러시아의 루나-25가, 10월엔 아랍에미리트가 일본 기업과 함께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다누리호와 함께 우리의 주목을 받는 탐사선은 아르테미스 1호다. 이번 아르테미스 1호는 미국이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의 선발대 역할을 하는 탐사선이다. 무인 임무임에도 주목받는 이유는 인류를 흥분시켰던 아폴로 탐사선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야심찬 프로그램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유인 달 탐사는 내년에 스페이스-X사의 새로운 초대형 발사체인 스타쉽 발사체를 이용해 시작될 예정이다.

사실 많이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올해 이미 달 탐사를 위해 발사된 탐사선이 있다. 캡스톤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기레인지 정도 크기의 이 탐사선이다. 캡스톤은 지난 6월에 발사된 우주선인데, 특이하게도 달 자체를 탐사하는 것이 아니라 달 그리고 루나 게이트웨이로 가는 길을 탐사하는 우주선이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달에 갈 때 들리는 우주정거장이다. 루나 게이트웨이에서는 지구와 달 사이를 오고 가는 우주인이 잠시 머물 수도 있고, 달 탐사선과 지구 사이의 통신 중계국 역할을 맡기도 한다. 다시 말해 캡스톤은 바로 루나 게이트웨이 우주정거장으로 가는 길, 궤도를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이다.

이렇게 궤도에 대한 사전 답사까지 필요한 이유는 이 우주정거장의 궤도가 아주 특이하기 때문이다. 캡스톤의 궤도는 비유하자면 팔을 앞으로 쭉 뻗어서 앞 사람의 머리 위부터 배꼽 주변까지 큰 원을 그렸을 때와 비슷하다. 내 머리는 지구, 앞사람 머리는 달이라고 하면 내 손가락 끝이 만드는 타원이 바로 게이트웨이 우주정거장의 궤도이다. 말은 쉽게 했지만, 앞 사람(달)이 내 주위를 도는 동안에도 팔로 연결된 듯이 머리와 배꼽을 도는 그런 궤도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이 궤도로 가는 길도 또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그래서 미지의 땅을 탐사할 때 선발대를 보내듯이 실제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기 전에 가는 이정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캡스톤 탐사선은 잠시 통신 두절이라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순항한다면 아마 오는 11월쯤에는 목표한 궤도에 도달할 것이다.

오는 8월 3일에 발사하는 다누리호도 우리에게는 우리나라 우주탐사 역사의 첫걸음으로 기록될 선발대이다. 대한민국이 처음 가보는 탐사 길을 준비하는 과정과 출발하는 일 자체만으로도 다누리호와 대한민국은 이미 큰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할만하다. 다누리호의 발사까지 길고도 힘든 여정을 걸어온 연구진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노경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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