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기사를 보면 물가가 상승해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해 더욱 힘들어진다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현 경제 상황을 고물가, 고금리에 고환율를 합쳐 '3고'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올해 들어 물가가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에 이르고 생활물가 상승률이 7%를 넘고 있다. 이런 수치는 연간으로 보면 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은 더욱 심각해 6월 들어 물가상승률이 9.1%를 기록해 바이든 정부의 인기까지 추락시키고 있다. 이런 전세계적인 물가상승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통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최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범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의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 6월 0.75%포인트 올렸고 앞으로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현재 2%에서 연말에는 3%대가 될 것이라 전망된다.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7월에 기준금리를 역사상 처음으로 0.5%포인트 인상시켰다. 최근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고 특히 금리 인상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가상승은 임금생활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고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경제를 불안전하게 한다.

한편 금리 인상은 차입비용의 증가로 민간소비 감소, 기업의 투자비용 상승에 따른 투자 감소,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의 가치하락, 경기침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힘든 상황에서, 왜 많은 부작용을 갖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일까? 높은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고 이것이 일시적이 아니라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되면 임금인상 압력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물가 상승과 임금상승의 악순환이 발생해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1980년대 전후로 세계경제에 나타났던 현상이었다. 당시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고 그 과정에서 높은 실업률을 감수해야 했다. 바로 여기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야기하게 되고 이는 차후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과도한 통화량과 재정지출의 증대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그 결과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물가의 고삐가 풀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량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돈줄을 조이고 지출을 감소시키는 정책은 돈을 풀고 지출을 증대시키는 정책보다 월등히 힘들고 어려운 과제이다. 최적의 정책조합과 적절한 속도 조절로 경기침체를 최소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것이 새 정부와 한국은행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