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한창인 충남 예산 복숭아…오락가락 한 날씨로 역병 발생도
폭우·폭염으로 최악 환경…껑충 뛴 농약값에 방제도 부담

21일 충남 예산군 한 복숭아 농가에서 장맛비로 인해 상품 가치가 떨어진 복숭아가 나무 아래 있다. 사진=박상원 기자

"예전에는 농가들끼리 품앗이도 하고 돕고 살았지만, 사람이 워낙 부족해서 자기 농가 챙기기도 버겁습니다"

21일 오후 4시쯤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위치한 한 복숭아 농가.

25년 가까이 복숭아 농가를 운영 중인 황인승(66) 씨는 못쓰는 복숭아를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이 왔다갔다 하는 날씨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황 씨는 일손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6000평 규모의 농가를 혼자서 관리하기에는 손이 모자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20년 전에는 일손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 농가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이분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도울 수 없게 됐다"라며 "이쪽으로 이사오는 사람들은 농가 일에 참여를 꺼리고, 외국인 노동자를 찾으려고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자국으로 돌아가 일손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라며 어려움을 드러냈다.

최근 폭염과 장맛비로 인해 황 씨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는 "20년 전에는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해 보름마다 약을 했다. 하지만 최근 장맛비가 계속되면서 병이 생기기 시작해 일주일에 한번씩 방제에 나서고 있다"라며 "이에 대한 비용도 다른 해보다 약 200만 원 더 들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탄저병이 오고 나서 방제를 하면 소용이 없어 비가 오면 곧바로 나가 방제에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또 폭우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상품은 버릴 수 밖에 없다.

그는 "우리 농가 복숭아가 5만 5000봉 정도 나오는데 장맛비로 인해 약 20%는 상품으로 가치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한다"라며 "비료와 농자재값도 지난해 대비 10% 이상 오른 상황으로 농가 상황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군 복숭아 농가 주인인 황인승씨가 농업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박상원 기자

충남 부여에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농가도 올해는 때 이른 가뭄이 찾아오면서 수박이 제대로 크지 못 했다. 큰 일교차도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씨는 수박 가격이 상승했지만 농가 경영 수익도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도매시장 시세가 10-15% 정도 올랐지만 농가 수익은 크지 않다"라며 "하루 10만 원 이하였던 인건비가 코로나 상황에서 30% 이상 올랐으며, 자재비와 유류비 부담도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영농비라도 보전하자는 농가들도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서 농가들이 인력 확보로 힘들어해 재배면적을 줄이거나 키우기 쉬운 작목으로 전환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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