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지사 공약, 박상돈 시장 건의 불구 불발
천안시의회 9대 전반기 1호 결의문 채택 예정
핵심은 실수요자 위한 정책으로 거듭나야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천안을 포함한 충청지역 부동산 규제 정책에 지역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달 말 '충청권에선 천안을 비롯 공주, 논산, 청주에 대해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민심 이탈의 계기가 됐다.

천안시는 정량적 지표를 충족해 해제 기대감이 컸던 상황이었기에 허탈함과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컸다.

2020년 12월 18일 천안 동지역 전체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청약자격 제한 등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지정 전에는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에 청약자격을 부여했지만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세대주로만 제한했다. 청약 가입 기간도 지정 전 6개월에서 지정 후 2년으로 늘어났다. 가점제비율은 지정 전 85㎡ 이하 가점과 추첨 비율을 각각 40%, 60%에서 가점 비율 75%, 추첨 비율 25%로 변경했다. 85㎡ 초과는 지정 전 가점제 비율이 100% 추첨이었지만 지정 후에는 가점 30%, 추첨 70%로 조정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에는 청약 시 주택수 제한, 과거당첨이력, 재당첨제한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지정 후에는 주택 수가 무주택 또는 1주택자(기존주택 처분조건)로 강화했다. 과거 당첨 이력도 세대원 포함 5년 이내 당첨 이력이 없는 자로 제한했다. 분양권 전매도 지정 전에는 제한이 없었지만 지정 후에는 달라졌고, 세금도 중과키로 했다.

최근 천안지역 아파트 부동산 경기를 살펴보면 지난 5월 동남구와 서북구 아파트 매매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37.62p% 떨어졌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신규 분양도 없었다. 지난 2월 말 기준 지역 분양권 전매 거래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p(417건) 감소했고, 월평균 청약 경쟁률도 동남구의 경우 3.28대 1로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천안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대비 주택 가격 상승률은 0.45배로 국토교통부 지정 기준 1.3배를 넘지 않았다.

이런 정량적 수치를 바탕으로 김태흠 충남지사는 후보시절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조기 해제를 공약으로, 그리고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토부를 잇따라 방문하며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공식 건의하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김 지사는 또 지난 5월 29일 당시 천안종합터미널 유세에서 "천안 일대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시민들 재산권 행사나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제할 수 있도록 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현장에서 시민들과 약속하기도 했다. 이어 충남도가 6월 중순 국토교통부에 '도민 불편 해소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조속히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조치 바란다'며 천안·공주·논산 해제를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천안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권오중 위원장은 "조정대상지역 유지로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며 "9대 의회 전반기 1호 결의문으로 이달 임시회에서 천안시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촉구 결의문 채택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택보증공사의 보증금액 규제로 인한 분양 대기 물량이 14개 단지, 1만 2000여 세대에 이르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을 위해서라도 조정지역 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행정은 물론 정치권의 문제 해결 노력에 힘을 실어 줬다.

하지만 천안을 비롯해 공주, 논산, 청주는 해제가 무산됐고, 대구 동구를 비롯한 7개 지역 경북 경산시, 전남 여수시 등 11개 지역은 해제됐다.

지역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자 각 산업계에선 이를 지역 경제 '최고의 위기'로 지목하기도 한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조정대상지역 지속과 이로 인한 주택보증공사의 보증 기준 강화로 현재 분양 대기 물량 가운데 사업포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방침과 노력은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세심하지 못한 정책이 실수요자, 내집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포켓몬오픈런. 사진=김정규 기자
포켓몬오픈런. 사진=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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