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
김재영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UN 기후정상회의 이후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2020년 말 발표하고, 단계별 세부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는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을 수립해 순환경제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처럼 기존의 대량 생산·대량 소비의 선형경제는 생산·소비·자원순환을 앞세운 순환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하는 ESG 경영이 기업의 핵심가치로 떠오른 것은 필연적이다. ESG 경영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로,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말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의 ESG 경영은 소비자 관점에서도 중요한 가치라는 점이다.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60%가 넘는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기업의 ESG 활동을 고려한다고 응답하였다. 70%는 ESG 활동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은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으며, 88%가 넘는 소비자가 ESG 우수 기업 제품의 경우 가격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소비자는 그린슈머(Greensumer)로 변모하고 있다.

그린슈머란 자연을 대표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등 환경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그린슈머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중심 가치로 두며 저탄소 소비생활을 '실천'한다. 예를 들면, 그린슈머는 탄소배출이 많다고 알려진 의류산업 문제점을 인식하고 불필요한 의류의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인다. 의류산업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이러한 수치는 항공업과 운수업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린슈머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내구성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고, 제품이 고장 나면 수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수리할 권리를 요청한다. EU,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자원순환을 고려한 제품설계, 다시 말해 수리를 편하게 하기 위한 제품설계와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 도입을 위한 법제도 마련 및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낭비방지순환경제법에 수리가능점수 표시제도를 마련하여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수리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는 미래에 닥칠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문제이다. 환경을 고려한 소비,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소비, 수리가 용이한 제품의 소비 등 소비자의 현명하고 적절한 소비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바로 지금이 그린슈머가 환경 지킴이의 주체로서 미래의 환경에 기여해야 할 때다.

김재영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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