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근 여러 지역에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과 캐시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 인천 등 지자체에서는 충전한도액을 줄이고 캐시백율도 인하하기로 결정하였으며, 내년에는 아예 지역화폐를 폐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지역의 소상공인들이나 주민들은 지역화폐의 유용성을 강조하며 발행액과 캐시백율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지역화폐의 축소 또는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올해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할인발행 지원 예산액이 크게 줄어 이미 예산액을 거의 소진한 상태에 있기도 하고, 또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가 지역화폐의 경제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의 소상공인과 주민들이 지역화폐 발행의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는 오래 전부터 민간 주도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자생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대전만 하더라도 '한밭레츠'가 2001년부터, '한밭페이'가 2020년부터 각각 민간 지역화폐로 운용되어 오고 있다. 이들 민간 지역화폐는 캐시백 없이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공동체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어 오고 있다.

온통대전 등 정부 지역화폐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재정지원의 캐시백 유인을 기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지역화폐가 민간 지역화폐와 달리 캐시백 제공을 위해 정부예산을 투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결과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해 왔다.

지자체 발행 지역화폐는 그 사용을 해당지역의 소규모 점포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10%의 캐시백이 지역 주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켜 그만큼의 소비활동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갖기도 한다. 실제로 대전의 경우도 온통대전 사용 후 대전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액이 증가하였고, 저소득층의 소비가 증진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지역화폐가 타지역 또는 대형 소매업자의 매출을 지역 소상공인 매출로 대체할 뿐 국가전체 매출의 순증가 효과는 가져오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지역경제 쇠퇴는 국가 경제 전체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의 균형발전이야말로 국가경제 전체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다.

지역경제 발전에 큰 관심이 없는 중앙정부로서는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재정지원에 적극적이기 어렵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없더라도 자신의 재원을 마련해서라도 지역화폐 발행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예산이 소진되었다는 이유로 또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의 경제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지역화폐 운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코로나사태와 같은 특정시기에 설계된 현재의 지역화폐 제도가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은 필요할 것이다. 캐시백의 비율 조정, 저소득층 사용의 편의성 증대, 지역 가맹점의 합리적 선별 등의 문제를 지역주민과 협의해 개선한다면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보호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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