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나, '당신의 요정을 찾아'

 

우한나(2019-2020), '당신의 요정을 찾아', 가변크기·다중매체 Mixed Media.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우한나(2019-2020), '당신의 요정을 찾아', 가변크기·다중매체 Mixed Media. 사진=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예술가에게 있어 창작의 과정이란 기쁜 일 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와 끊임없이 조우하며 반성과 물음을 반복하는 그 여정은 수행자의 그것과도 같으리라. 그러나 새로운 조형세계를 이뤄내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이들은 분명 용기 있는 모험가이기도 하다.

우한나는 세상의 이면을 상상하고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나름의 서사를 펼치며 또 다른 예술적 생산을 하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고유한 목소리로 제작과 소비가 과잉된 시대의 가치를 묻고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한다. 그의 작업은 혼란과 무질서, 주재료인 패브릭에서 오는 화려함과 낭만적 우아함이 공존한다.

'당신의 요정을 찾아'는 위기의 생태계를 구하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공존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요정들의 퍼레이드이다. 이 요정들은 봉제 된 천 조각이나 헌 옷, 신발, 빗자루 등 버려진 재료들에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언뜻 귀여운 인형 혹은 오브제 같지만 이들은 분명하고 명쾌하게 우리가 직시해야 할 동시대의 현상과 태도를 제시한다. 각각의 요정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새대가리 장군'은 인간사회의 모순된 구조와 남성중심주의를 비웃는다. 인간의 형태지만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볏짚을 채우고 살갗 대신 화려한 코트를 입은 '로보토미'의 모습은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난제의 가해자가 결국 인감임을 말해준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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