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1985년 입사해 제21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취임
연구원 미래 100년 이끄는 '제2브랜드 가치 확립' 포부
희소금속 탐사·핵심광물 자립화·백두산 화산 연구 집중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기후변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제2의 브랜드가치를 확립해 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최은성 기자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기후변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제2의 브랜드가치를 확립해 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최은성 기자

 

대담=맹태훈 취재2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은 국내 유일의 지질자원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1918년 지질조사소를 기원으로 1948년 중앙지질광물연구소로 창립한 이래 현재까지 100여 년 동안 광물자원, 지질재해,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개발하며 국가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1985년부터 현재까지 37년간 지자연에 몸 담으며 자연재해 등 국민 안전을 위한 연구에 꾸준히 매진해왔다. 그는 국가대표 연구기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최근 기후변화로 주목받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재인 희소금속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자원빈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희소금속을 발굴해 첨단산업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연의 연구 역량은 단순 지구를 넘어 '우주'로도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지자연이 만든 감마선분광기가 '달 지도'를 만들기 위해 국내 첫 달 탐사선 '다누리'에 실려 우주로 떠난다. 지구를 넘어, 우주 행성의 지질자원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책임 기관은 지자연이 유일하다. 지구 밖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 이 원장은 달과 화성 등의 우주 행성 탐사를 위한 기반을 튼튼히 쌓아 놓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에 국가대표 지질자원 탐사기관을 넘어, 한국 유일의 우주 광물자원 탐사기관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이평구 지자연 원장은 "국민들은 지자연을 두고 '지진'을 연구하는 기관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제2의 브랜드가치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은 지자연이 단순 '지진'만을 넘어 희소금속 탐사, 핵심광물 자립화, 백두산 화산 연구 등 국가·사회적 현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길 꿈꾸고 있다.

또 100년의 연구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제는 '지구'만이 아닌 달이나 화성 등 지구 밖 행성의 자원을 활용하는 연구에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달에 물이 있다면, 이를 탐사할 수 있는 연구기관은 지자연 뿐"이라며 "'아르테미스'에 정식으로 합류한 만큼 추후 달 탐사 기획부서를 지자연 내에 신설해 향후 우주자원 기술 개발에 대한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연의 달 탐사 비전은 확고하다. 오는 8월에는 지자연의 감마선분광기(KGRS)가 한국형 달 궤도선(KPLO) '다누리'에 실려 우주로 떠난다. 감마선분광기는 6.3㎏으로 달 표면 원소 지도와 달 우주방사선 환경지도를 작성하는 역할을 한다. 지자연은 이를 바탕으로 유인 우주기지 운영 여부와 자원 탐사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 원장은 "달 표면의 감마선 측정자료를 수집해 5종 이상의 달 원소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되고 있는 헬륨-3, 생명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원인 물·산소, 달 기지 건설에 활용될 수 있는 건설자원 등을 탐색해 이를 달 지질과 자원 연구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원확보 경쟁이 치열한 만큼, '희소금속 탐사 및 개발'도 지자연이 풀어야 할 주요 숙제라고 보고 있다. 그는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특히 배터리 양극재용 리튬가격은 지난 5년간 최고점을 찍고 있으며, 니켈 역시 10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국내 광물자원탐사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라며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희소금속(신규 광상) 자원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내 33개 휴·폐광산을 중심으로 최신 탐사 기술과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양극제 원료광종인 리튬과 NMC(니켈·망간·코발트)를 집중 탐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리튬과 니켈 함량이 높은 지역을 집중 탐사하고, 이를 위해 드론·무인항공기 등의 원격무인탐사, 사물인터넷(IoT) 기반 심부정밀탐사 등을 추진한다. 빅데이터 기술과 정확도 향상을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도 협력한다.

이 원장은 "자원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 간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수행에 급제동이 걸려 핵심광물의 확보와 수급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핵심 광물자원의 원활한 보급과 공급처 확보를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소금속의 탐사·개발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도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지난 5년간 약 5배 이상 증가했고, 2030년까지는 7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며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을 무한정 채굴할 수는 없기에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통해 희소금속을 95% 이상 회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전기차 핵심 원료 중 하나인 희토류 자석 재활용에 대한 독자기술도 확보해 소재업체와의 상용화를 진행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지자연은 오랜 기간 축적된 지진연구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 화산 연구도 본격화했다. 이 원장은 대규모 폭발이 우려되는 백두산 연구를 위해 활성지구조연구센터와 하부조직인 화산연구단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국내 한라산, 울릉도 외에도 내륙의 알려지지 않은 화산지형과 분화구 등을 연구해 향후 백두산 화산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완벽히 구축하겠다"며 "더불어 산사태 대응을 위해 산사태 조기경보시스템의 정확성을 높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지자연의 미래 100년을 새롭게 준비할 수 있는 주춧돌 역할을 하겠다"며 "지자연이 수십년 뒤에도 경쟁력 있는 출연연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지자연 만의 '제2브랜드'를 확고히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리=정인선 기자

 

이 원장은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원장은 1959년 출생으로 고려대 지질학 학사, 광상학 석사, 프랑스 Orelans대학교 지구화학 박사를 거쳐 1985년 지자연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2003-2004년 과학기술부 자연재해방재기술개발사업단 단장, 2004-2010년 소방방재청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단 단장,  2008-2010년 지자연 기획조정부장, 2011-2013년 지자연 지구환경연구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지자연 21대 원장에 취임했다. 2020년에는 미세먼지의 중금속오염, 인체흡수도, 오염원인자 추적기술을 개발하고 1급 발암물질인 크롬6가 함유된 대기오염물질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 혁신장(2등급)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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