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야구를 좋아하는 탓에 KBO, MLB 등 야구 관련 소식을 자주 접하는 편이다. 특히나 요즘은 프로야구를 은퇴한 레전드를 모아 팀을 꾸려 고등학교팀, 대학교팀 등과 경기를 하는 예능프로그램까지 나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위 왕년에 한가닥씩 하던 레전드들의 무뎌진 몸놀림을 보니 세월의 무게가 크게 느껴졌다. 레전드 중 한 명인 '마포' 마해영.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 등에서 뛰었던 KBO 통산 260홈런을 때려낸 거포다. 아직도 마해영하면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끝내기 홈런 장면이 떠오른다.

마해영이 내 기억 속에 소환된 것은 신문기사 제목 때문. 이 신문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마해영 배출한 야구부도 9명뿐'. 호기심에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이내 답답해졌다. 마해영이 졸업한 부산시에 있는 대연초등학교 야구부 선수가 고작 9명뿐이라는 것이다. 9명이 하는 야구경기에 팀원이 9명뿐이라니. 청백으로 나눠 하던 자체 경기는 고사하고, 타 팀과 경기를 하던 중 누구 하나 부상이라도 당하기라도 하면 아예 경기를 못할 지경이다.

한국리틀야구연맹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유소년 야구선수는 2016년 361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하기 시작해 올해 3월 기준으로 2172명까지 줄었다. 6년 사이 40% 가까이 추락한 수치다. 제주도처럼 아예 유소년 야구선수가 한 명도 없는 지자체도 있다고 한다.

인기 있는 야구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비인기 종목은 선수를 찾기도 힘든 처지다. 강원도 초등학교 컬링 대표팀의 경우 2명이 지원해 2명이 합격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10년 안에 대부분의 종목에서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 암울하다.

결국 기·승·전·출산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0.81명이다. 초저출산에 접어들면서 유소년 스포츠도 잠식당하고 있는 것. 엘리트 선수로 키우고 싶어도 지원할 선수가 손에 꼽히고, 지원할 선수가 많지 않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져 그 만큼 뛰어난 보석을 찾아날 확률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류현진, 손흥민, 최지만, 박효준 등 현재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이제, '한시태출(가뭄에 콩나듯)'이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