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나태주 지음)='풀꽃' 시인 나태주의 49권째 시집으로 2020년 2월부터 2년간 쓴 시 176편을 엮었다.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로 너나없이 고달픈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저자는 지치고 고달픈 이들에게 '기다림의 까치발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고 다독이고, '코로나19가 우리를/ 새롭게 철들게/ 하는 것'('다시 포스트코로나')이라고 깨우친다.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표제시)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시인 출신 동명 스님,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피아니스트 손열음, 방탄소년단 등에 대한 시도 담겼다. 열림원·288쪽·1만 4000원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우스이 류이치로 지음·김수경 옮김)=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든 커피는 별난 음료다. 대체로 몸에 나쁜 편이라고 한다. 마시면 쉬이 흥분하게 되고 잠들기도 어려워진다. 식욕 또한 곧잘 떨어진다. 이런 커피가 어떻게 세계사를 바꿔왔을까? 저자는 수피교도가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마시던 검은 음료' 커피가 역설적으로 상업자본가와 정치권력자의 욕망을 자극해 유럽과 세계를 제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커피는 원래 와인이었다'는 말의 숨은 의미는 뭘까? 커피가 '니그로의 땀'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은밀하고도 잔혹한 이유는 또 뭘까? 저자는 이처럼 커피를 둘러싼 갖가지 질문을 던지며 그 실체와 역사를 통찰한다. 사람과나무사이·329쪽·1만 8000원.


 

△서사시 골령골(김희정 지음)=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사건을 소재로 한 시집이 발간됐다. 시인이자 미룸갤러리 관장인 저자는 '1인칭 시점'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 교도소에 끌려가 처형당하고, 땅속에 묻힌 후 70여 년 세월을 49편의 시 속에 담담하면서 애잔하게 담아냈다.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개인의 삶을 당시의 이데올로기와 접목해 '살아서부터 사후(死後) 70년까지'의 시간을 시적 언어로 승화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심사평을 통해 "시의 전형적인 형식에서 벗어나는 글쓰기가 늘어나는 요즘, 실험정신으로 새롭게 시의 지평을 넓히려는 몇몇 진정성 있는 시편들에 손이 갔다"며 "역사를 다룬 시편들은 글쓴이의 역사의식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어린작가·144쪽·1만 원
 

△고독사 워크숍(박지영 지음)=평범한 일상을 살며 존엄한 죽음을 꿈꾸는 인물들의 욕망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렸다. 고독사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어느 날, '고독사를 시작하겠습니까?'란 고독사 워크숍의 초대 메일이 날아든다. 고독사 워크숍 운영진은 이들에게 함께 고독사를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참가자들은 고독한 일상을 워크숍 홈페이지에 올리고, 타인의 모습을 통해 고독을 견디는 힘을 얻는다. 13편의 이야기들은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해 열두 차례의 워크숍을 거치며 참가자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저자는 "명랑하고 고독하게 함께 잘 늙고 잘 죽어갈 책"을 쓰고 싶었다면서 이 책이 "요양원에 들고 갈 단 세 권의 책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민음사·388쪽·1만 5000원.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김석중 지음)=유품 정리 전문회사 대표인 저자가 15년 동안 장례 현장에서 일하며 든 생각,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끼는 '엔딩 산업'의 변화와 미래 등에 관해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고독사나 자살 현장처럼 물건을 보는 게 힘들다거나, 고인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마음이 아파서 정리를 유품을 하지 못하는 유족들을 대신해 고인의 흔적을 정리한다고 말한다. 핵심 메시지는 죽음을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 죽음을 준비하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담담하게 준비하며 마지막까지 잘 쓰기 위해 치약을 눌러 짜는 것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더 많은 추억을 쌓으라고 당부한다. 김영사·254쪽·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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