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연패 고리 끊는데 무려 6년
권력 다툼, 계파 정치 다시 고개
민심 외면하면 국민들 등 돌려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막을 내린 지 3주가 지났다. 국민의힘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고 대선 연장전으로 불렸던 지방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뒀다. 대선이나 지선 모두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결론이 났다. 대선에서는 정권교체 여론이 비등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권 안정론이 힘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인 민주당에 또 한 번 회초리를 든 것이다.

국민의힘이 질긴 연패의 고리를 끊어내는데 무려 6년이 걸렸다. 보수 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하다시피 했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패를 당했다. 올 들어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이로 신승했고, 지방선거에서도 여세를 몰아 17개 시도지사 중 12곳에서 승리했다.

이런 정치 지형의 변화는 국민의힘이 잘 해서가 아니라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민심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의 힘만 믿고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일삼다가 패배했다. 국민들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민주당의 팬덤 정치, 범 민주당 180석을 앞세운 입법 독주, 남의 잘못을 지적하며 나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내로남불 정치'에 신물이 났다. 이미 작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경고음이 나왔는데도 쇄신은커녕 구태를 답습하다 뻔한 결과를 자초했다.

이런 경고음이 이번에는 국민의힘에서 울리고 있다. 요즘 국민의힘 돌아가는 것을 보면 벌써 4연패의 아픈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린 것 같다. 윤석열 정부 초장기 민생 현안은 안중에 없고, 당권 다툼과 계파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선거 승리에 도취돼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민주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는 듯하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가 끝난 지 불과 1주 만에 내홍에 빠졌다. 이준석 대표와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의 난타전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정 의원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당 혁신위원회 구성에 비판하면서 시작된 논쟁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이 과정에서 SNS에 육모방망이가 등장하고 개소리, 싸가지, 추태 등 험한 말이 오갔다. 향후 당권과 2022년 총선 공천까지 염두에 둔 알력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친윤 그룹 모임인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 출범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많다. 겉으로는 공부모임이라고 하지만 내년 5월 전당대회와 이듬해 총선 공천을 겨냥한 당내 사조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지 며칠이 지났다고 벌써 계파 정치에다 공천권 다툼까지 벌이는지 한심하다. 2016년 총선 당시 비박과 친박 공천 갈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했고 이후 회복하는데 5년 가까이 걸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부분도 우려된다. 출근길 약식 회견인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대국민 소통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자칫 법대로만 하는 대통령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검사 편중 인사에 대해서도 "과거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는데 전임 대통령이 그랬으니 나도 하겠다는 식이면 곤란하다.

윤석열 정부 앞에는 물가 상승, 부동산 문제, 연금 개혁, 북핵 문제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집권여당이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권력 다툼을 일삼고 계파 정치를 하겠다면 국민들은 다시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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