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지역 조정대상 지정 논란
주택가격 상승률 마이너스 등 기준 성립안돼
매매물량 급감·공급 중단 등 시장 위축 심각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해제 여부 주목

천안시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 1년 6개월 여가 경과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파로 신규 분양은 끊기고 아파트 매매 물량 급감 등 천안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등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천안시의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국 각지에서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가 빗발치는 해제의 키를 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개최가 임박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천안시 동남구와 서북구 동지역이 2020년 12월 18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 된 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천안시 서북구 동지역 아파트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1년 6개월…국토부는 천안시 동남구와 서북구 등 전국의 총 36곳을 2020년 12월 18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은 국토부장관이 지정 기준 등을 충족하는 지역에 대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또는 해제한다. 천안시는 읍면을 제외한 동남구와 서북구 동지역만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천안시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청약과 세금, 가계대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정 전에는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에 청약자격이 부여되지만 지정 후에는 세대주에 국한된다. 청약가입기간도 지정 전 6개월에서 지정 후 2년으로 달라졌다. 천안시 거주기간도 6개월 이상 거주에서 1년 이상 거주로 강화됐다. 가점제비율도 변화했다. 지정 전에는 85㎡ 이하 가점과 추첨 비율이 각각 40%, 60%이지만 지정 후에는 가점 비율이 75%로 높아지고 추첨 비율은 25%로 줄었다. 85㎡ 초과는 지정전 가점제 비율이 100% 추첨이었지만 지정 후에는 가점 30%, 추첨 70%로 바뀌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에는 청약 시 주택수 제한, 과거당첨이력, 재당첨제한의 제한이 없었다. 지정 후에는 주택 수가 무주택 또는 1주택자(기존주택 처분조건)로 제한된다. 과거당첨이력도 세대원 포함 5년 이내 당첨이력이 없는 자로 강화됐다. 분양권 전매도 지정 전에는 제한 없지만 지정 후에는 제한된다.

세금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에는 취득세가 2주택까지 기본세율, 3주택부터 중과세였지만 지정 후에는 2주택부터 중과세이다.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도 3억 원 이하는 지정 전 0.6%에서 지정 후 1.2%, 6억 원 이하는 지정 전 180만 원에 3억 원 초과금의 0.8%에서 지정 후 360만 원에 3억 원 초과금의 1.6%로 세 부담이 많아졌다. 가계대출도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2주택 이상 보유세대의 주택신규 구입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주택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신고도 의무화됐다.

◇주택가격 상승률 마이너스, 신규 분양 뚝…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은 주택가격 상승률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3배 초과가 필수요건이다. 월별 청약경쟁률 모두 5대 1 초과, 국민주택규모 청약경쟁률 10대 1 초과, 분양권 전매거래량 30% 이상 증가, 주택보급률 전국 평균 이하는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선택요건이다.

국토부는 2020년 12월 천안시 동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며 외지인 매수 및 다주택자 추가매수 등 투기 가능성이 있는 이상거래 비중 증가 등 일부 과열 양상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10월까지 천안의 주택 보유자 매수비율은 41.9%였지만 같은 해 11월 46.6%로 상승했다. 외지인 매수비율도 2020년 8월부터 10월까지는 27.1%였지만 11월 35.3%로 높아졌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1년 6개월여가 지나면서 천안의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신규 분양이 뚝 끊기는 등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천안시가 더 이상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천안시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월과 2월 106.1로 최고점을 찍은 뒤 3월 106, 4월 105.7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반면 충남도 소비자물가 지수는 1월 105.06, 2월 105.9, 3월 106.94, 4월 107.87로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간 천안시 주택가격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하락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플러스를 기록해 직전 월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기준 필수요건이 천안시는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청약경쟁률이 직전 월 2개월간 월 평균 5대 1를 초과해야 한다는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 추가 요건도 미충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천안시는 올해 들어 지난 1월 천안 성성 비스타동원, 호반써밋 포레센트 천안삼룡1지구, 한화 포레나 천안노태1·2단지가 청약을 접수한 뒤 2월부터는 신규 분양이 전무하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주택 사업자에 대한 주택보증공사의 규제가 강화돼 사업자들이 주택사업승인을 받고도 천안 동지역 신규 분양을 미루는 실정이다.

천안 도심에 대단위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 관계자는 "천안시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뒤 주택보증공사가 분양가 보증 기준을 옥죄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분양을 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천안시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인한 분양 대기 물량을 25개 단지 1만 5371세대로 추산했다.

◇아파트 매매 건수 급감 부동산업계 직격탄=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따른 한파로 지역 부동산업계도 직격탄을 맞아 울상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남도지부 김현식 천안서북구지회장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거래가 이전보다 10분의 1도 안되게 줄었다"고 말했다. 엄살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5월 천안시 동남구와 서북구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1316건이다. 올해 5월은 821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61% 급감했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양도세 취득세 중과세,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부동산 규제가 심하고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가 구매를 못하며 거래가 줄어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천안시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천안시 안종덕 공동주택승인팀장은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대출규제, 아파트 거래량 감소, 분양심리 위축 등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조정대상지역 지정요건에도 천안시가 미충족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의 주거안정 등을 위해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하루빨리 해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에 궤를 같이 했다.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이영행 교수는 "천안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었다"며 "좀 더 나은 집으로 이동하거나 외지에서 유입되는 아파트 수요가 현재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막혀 있다. 감소세로 돌아선 천안시 인구의 증가를 위해서도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4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토부에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를 건의했다. 천안시는 물론 여수시, 동두천시, 청주시 등도 국토부에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과 해제를 심의하는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통상 6개월에 한 번씩 열린다. 마지막 회의는 지난해 12월 30일 열려 이달 회의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개최 시기나 안건은 사전에 별도 안내하지 않고 결과만 회의 후 발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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