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범 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독성영향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박창범 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독성영향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수십에서 수백 개의 화학물질로 구성된 가정용 화학제품은 생활환경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더해 주지만,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달걀, 생리대 발암물질 등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잘못된 사용 용도에 따라 화학물질은 유해 물질로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5%가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케모포비아(Chemical·Phobia 합성어)를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화학물질의 사용을 거부하는 '노케미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제품 함유 화학물질에 대한 사용자의 불안감은 어떻게 해소돼야 할까? 가장 먼저, 생활화학제품 함유 화학물질 성분에 대한 올바른 위험성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 기반 생활화학제품의 인체 및 환경 독성 평가 연구가 필수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학계와 전문가 그룹에서는 생활제품 함유 화학물질의 독성자료 구축 및 보완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제안하고 있다.

최근 실험동물 윤리와 복지에 관한 문제로 인해 세계적으로 화학물질의 안전성, 즉, 인체 및 환경 독성을 평가하기 위한 동물실험 대체 시험법 개발 또는 표준화 관련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한국은 2017년부터 화장품의 구성 성분부터 완제품까지 전 부분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유럽집행위원회는 동물실험 대체법 개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세계적으로 화학물질 안전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동물 대체 시험법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2021년 생활 속 화학물질의 안전 관리를 위한 '함께 그린(GREEN) 화학 안전' 주간에서 '실험동물의 복지와 윤리를 개선하기 위한 동물 대체 시험법 개발 및 기반시설 구축 등'의 주제로, 시민사회·산업계·정부가 함께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화학물질의 독성·안전성 평가 분야의 60% 이상 동물 대체 시험자료 활용 확대를 목표로 동물 대체 시험 전담부서 설치 및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지원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단순한 급성 치사 독성뿐 아니라 생체 내에서 다양한 독성 전달 신호 체계와 연계된 잠재적 위험성이 포함돼야 하는데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동물 대체 시험 방법이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개발 중인 동물 대체 시험 방법은 생체 내에 존재하는 세포를 기반으로, 3차원 세포배양을 통해 인체의 조직(기관)의 입체적인 환경을 조성 또는 모사한 시험법, 화학물질 반응에 의한 독성발현경로(AOP) 예측 방법 등이 포함된다.

생활 속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인체 및 환경 독성 반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동물 대체 시험법 개발은 반드시 수행돼야 하는 필수사항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과 관련된 산·학·연·관 전문가들의 협력을 시작으로 '2030 화학 안전과 함께하는 동물복지 실현 비전'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체 및 환경 독성 평가시험 역량을 바탕으로, 동물 대체 시험법 개발을 통해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최우선으로 독성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독성평가 연구와 대체 시험법 개발은 화학물질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며,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사람과 환경, 동물이 모두 함께 GREEN 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박창범 안전성평가연구소 환경독성영향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