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얼마 전 외신을 통해 공중전화부스 철거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뉴욕시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공중전화부스가 철거 됐다는 것. 이 공중전화부스는 이제 뉴욕 박물관으로 옮겨져 '컴퓨터 상용화 이전' 도시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자료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뉴욕시는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변신할 때 이용하던 구형 공중전화부스 4개는 관광용으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공중전화부스 철거를 두고, '아날로그 시대의 종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들어온 것은 1896년이다. 고종황제가 있던 덕수궁에 공무용으로 설치됐다.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는 1902년 서울과 인천 사이에 개설됐다. 지금의 길거리 공중전화와는 다른 '전화소'라는 곳에서 통신관리원인 '장리'에게 돈을 내고 사용했다. 대중이 이용하기는 거리가 먼 공중전화였던 셈이다.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공중전화는 1963년에 등장했다. 이 공중전화기를 '벽괘형 공중전화'라고 하는데, 빨간 네모 상자에 동그란 다이얼식 번호판이 붙어있었다. 이후 1978년 자동공중전화기(일명 DDD)가 등장, 동전을 투입하면 투입량과 잔량이 전자식으로 표시됐을 뿐만 아니라 교환원 없이 자유롭게 통화가 가능했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동전 없이 카드 한 장으로 오랫동안 장거리 통화할 수 있는 카드식공중전화로 진화했다. 2000원-1만 원짜리 전화카드 한 장이면 국제전화까지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PCS,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 발달로 공중전화의 쓰임은 점점 줄고 있다. 쓰임새가 없다고 공중전화부스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 공중전화부스는 전국에 3만 4000대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공중전화 운영을 중단할 수 없다. 공중전화부스 운영을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 통신서비스로 보고, 통신사업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국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한 공중전화다. 떨어지던 공중전화 동전소리에 조마조마하던 감성을 스마트폰은 이해할 수 있을까. 공중전화가 '나 때'를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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