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마시멜로는 하얗게 생긴 말랑한 과자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캠핑가서 모닥불에 구워 먹기도 하는 아주 흔한 과자다. 마시멜로를 처음 먹어보면 강렬한 단맛과 쫀득한 식감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초콜릿을 능가하는 단맛은 한번 맛을 보면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마시멜로를 한 번 먹어본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보면 바로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유명한 심리 실험이 있다. 어린아이를 앉혀두고 마시멜로 한 개를 책상 위에 둔 뒤 15분 동안만 먹지 않고 참으면 한 개를 더 준다고 했다. 아이를 방에 혼자 두고 나갔다 온 후 책상 위에 있던 하얀 마시멜로는 어떻게 됐을까? 15분을 기다려서 마시멜로를 한 개 더 받은 아이들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은 아이들의 10년 후를 비교해 보았다. 15분을 참은 아이들은 커서 더 좋은 수능성적과 더 높은 내신등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제력이 있는 아이는 나중에 인생의 성취를 더 잘 이룬다는 스탠퍼드 마시멜로 실험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다.

만일 지금 이 마시멜로 실험이 이뤄지고, 내가 그 대상자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물론 어린이에게 있어 마시멜로 만큼이나 나에게도 매력적인 선물을 사용한다는 조건이라면 말이다. 나는 어린이가 아니다. 감히 나에게 마시멜로만큼 매력적인 것으로, 예를 들어 금덩이로 똑같이 실험한다면 나는 어렵지 않게 15분을 참아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것이 이득인지 잘 알고 있고, 당장 갖고 싶은 욕구를 따르는 것이 손해라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거뜬히 금덩어리 두 개를 쟁취할 것이다. 그런데 잠시 숨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한 번만 더 생각해 본다. 어린이보다 지혜롭고 이성적이라 자처하는 우리 어른들은 정말로 인생의 마시멜로 실험을 잘 치르고 있는지.

나이 먹고 공통으로 후회하는 것 대표적인 세 가지를 들어 본다. 돈, 관계, 건강이다. '돈 좀 모아 둘걸', '가족과 친구들에게 잘할걸', '건강에 신경 좀 쓸걸'. 나이 들어 대부분 후회한다는 돈, 관계, 건강에 관해서도 마시멜로 법칙은 적용된다.

오늘 하루 돈을 아끼고 그 만큼을 투자해 놓으면 미래에는 그 돈이 불어나기 마련이다. 무리해서 차를 사는 대신 버스를 타고, 비싼 음식을 찾는 대신 건강한 요리를 한다면 미래의 당신은 오늘보다 부자일 것이다. 인간관계에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내가 먼저 용서하면 친구가 많을 것이고, 외롭지 않을 것이다.

처칠이 의사였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요, 관계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돈보다는 관계가, 관계보다는 건강에 관한 마시멜로 법칙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전자엔 밝지만, 후자에는 약하다. 오늘부터 당장 야식을 끊고 저녁을 적게 먹으면 역류성 식도염도 한 달이면 낫고, 배도 들어간다. 담배를 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폐암·심근경색 걱정이 뚝 떨어진다. 매일 물을 자주 마시면 요로결석도 예방된다. 규칙적 운동을 적당히 하면 우울증, 비만,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도 예방이 된다. 오늘 당장 검진을 예약하면 수년 후 병실에 누워있을 사람이 멀쩡한 사람이 돼 오늘 읽은 이 글을 감사하게 된다. 얼마나 큰 마시멜로인가.

새벽부터 혹은 늦은 밤까지 열심히 장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백 사장, 사춘기 자녀의 질풍노도에 '참을 인' 자를 가슴에 쓰며 철이 들기를 기다려 준 우리 엄마 아빠들. 칭찬받아 마땅한 우리 주변의 모범사례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에 관해선 더 큰 마시멜로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연, 절주, 다이어트, 건강검진, 운동, 건전한 생각 등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지만, 어느 하나 공수표인 것도 없다. 건강을 유지하고 지켜내자. 미래의 건강을 위해 오늘 하루 노력하자. 수고의 열매는 평생 열릴 것이다.

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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