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항 국장
박대항 국장

힘(權勢)이 있으면 모이고 힘이 없어지면 흩어지는 현상을 옛 성현들은 세리지교(勢利之交)라 말한다.

꼭 지난 대선과 지방자치 선거를 치른 정치가들과 레임덕을 겪는 단체장 등을 꼬집어 말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추사체의 시조, 세한도(歲寒圖)로 널리 알려진 청렴결백의 상징인 충남 예산이 낳은 추사 김정희 선생도 시와 학문, 그림의 극치를 보여준 세한도에서 제자 이상적에게 그의 성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고 그림 곁엔 그림으로 못 다한 그의 신의(信義)에 대한 애절한 고마움과 세상사를 밝힌 대목이 있다.

구절 중 마지막 단락에 써 내려온 급암(扱 黑音)과 정당시(鄭當時), 하규의 이야기는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에 나온 말로 무제 때 급암과 정당시라는 어진 신하들이 현직에 있을 때는 손님이 넘치다가 좌천되었을 때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 이를 두고 사마천은 "급암과 정당시 정도의 현인(賢人)이라도 세력이 있으면 빈객이 열 배로 늘어나고, 세력을 잃으면 당장 모두 떨어져 나간다, 그러니 보통 사람의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면서 적공(翟公)의 사례도 마찬가지로 그 또한 해임되자 집이 한산하다 못해 문 앞에 새 그물을 쳐 놓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공이 다시 관직에 오르자 손님이 다시 몰려오는 염랑세태를 풍자하며 대문에 "일사일생내지교정, 일빈일부내지교태, 일귀일천교정내견(一死一生乃知交情 一貧一富乃知交態 一貴一賤交情乃見)"(죽은 뒤에야 그 참다운 사귐을 알아볼 수 있고, 가난해져 보아야 부자로 살 때의 참된 태도를 알 수 있으며, 한 번 귀하게 되고 한번 천하게 되는 그 속에서 사귄 정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되네"라고 써 붙였다고 한다.

한국 속담에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으로 들끓지만 막상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끊긴다'는 말이 있다, 정말로 당선자 주변에 문전성시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던져주고 싶은 말이다.

모든 선거가 끝났다, 국민에 또는 주민들에게 봉사하겠다고 나선 선량들이 당선자든 낙선자든 모두다 세한도의 문장과 그림을 깊은 마음으로 되새기며 빈객이 끊길 지언정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신의를 지켜가며 성실히 살아가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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