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순 지구촌사랑교회 담임목사·시인
박대순 지구촌사랑교회 담임목사·시인

독일의 소설가 레마르크의 작품 중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서부전선 이상 없다'란 책이 있다. 이 소설은 1929년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전선을 무대로 지원병 파울 보이머(Paul Boimer)와 20명의 동료의 삶과 죽음을 그리며 전쟁의 가혹하고 비정한 실상을 고발한 반전(反戰) 소설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 중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다. 독일 군병이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들어간 구덩이에 적군 한 명도 총탄을 피해 들어온다. 깜짝 놀란 독일 군병은 치열하게 싸우다 적군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적군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소리를 지르며 쓰러져 있다. 이런 적군을 보자 주인공은 죽이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치명적인 상처로 인하여 신음하는 소리가 마치 주인공의 심장을 예리하게 찌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동정심을 가지고 적군이지만 마실 물을 주고 안정을 취하도록 도와준다. 적군이 품고 있던 적군의 아내와 어린 딸의 사진을 보면서 적군도 자기와 같은 한 인간임을 알게 된다. 또, 그 적군의 이름을 알게 되자 마치 자기 가슴에 대못이 박혀 평생 자기를 괴롭힐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주인공의 마음 속엔 자신이 살기 위해 적군을 죽기 살기로 죽이려고 할 때의 마음과 적군의 신음을 들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교차한다. 자신의 생명과 전쟁이라는 이해관계로 보면 상대방을 죽이고 외면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이라는 긍휼의 눈으로 보면 상대방이 사랑의 대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대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은 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했다. 그리고 원수도 사랑하라고 했다. 그런데 인간의 의지로는 사랑과 용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치명적인 상처로 신음하는 적군의 불쌍한 모습을 보았을 때 불쌍한 마음이 일어나면서 적군이지만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의 현상은 바라보는 눈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수의 십자가는 우리의 눈을 바꾸어 놓는다. 과거에는 우리의 이해관계와 이기적인 눈으로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예수 안에 있는 현재는 바뀐 눈으로 사람을 보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혼 사랑을 위해 십자가를 진 예수의 눈으로 볼 때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경에 강도 만난 자를 도왔던 선한 사마리아인에게는 예수의 눈길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율법 교사의 내 이웃이 누구냐는 질문은 자기중심적인 질문이다. 자기로부터 시작하면 자기 이해관계와 자기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예수는 질문을 바꾸었다. "이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이 질문의 중심은 자기중심에서 강도 만난 자의 중심으로 질문을 하고 있다. 예수의 이 질문은 상대방의 필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예수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자가 우리의 이웃이므로 우리는 이런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한국인이건 이방인이건, 절친이건 원수이건,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이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살피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 우리도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이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눈길과 가슴을 가지면 안 될까. 그리고 제사장과 레위 사람의 모습을 내려놓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따뜻한 모습을 가지고 강도 만난 이웃에게 좀 더 따뜻한 눈길과 손을 내밀면 안 되는 것일까.

박대순 지구촌사랑교회 담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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