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화(2018), 'Human cage'

 

박용화(2018), 'Human cage', 목재, Oil on canvas. 사진=미룸갤러리 제공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동물원)을 작품에 넣었다. 사람의 얼굴과 동물들이 등장한다. 얼굴도 하나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감정의 색을 넣을 수 있는 곳이 얼굴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얼굴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얼굴은 그런 공간이다.

감정을 숨기는 곳도 얼굴이다. 손바닥만한 공간인데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담는 것이 물건이 아니기에 가능하다. 물건이라면 얼굴은 우주의 공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늠할 수 없는 비교대상이다. 닫힌 공간이라는 것은 실물의 크기와 상관없이 나의 의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박용화 작가는 공간에 감정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대상을 통해 나타난 얼굴의 표정을 보자. 이 표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왜 이런 표정이 나왔을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갤러리의 몫이다. 어떤 이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나도 저런 표정을 지은 적 있다. 경험에서 오는 공감이다. 수만 가지 표정을 작품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정서(喜怒哀樂)를 얼굴에 담아 감정선을 읽어낼 수 있게 한다. 그걸 동물을 보는데 그 광경을 보는 사람이 우리 안에 있다. 그 우리 안의 사람을 내가 보고 있다고 하면 어떤 감정이 드는가. 이 작품을 읽는 맛은 여기에 있다. 김희정 미룸갤러리 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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