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세계 시장 1위 국내 유일 산업
국가전략기술 외면에 업계·정치권 한 뜻
윤 대통령 국정과제 포함 사실 상기해야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아니아주 세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시작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디스플레이 위크 2022'가 12일 막을 내렸다.

1962년 시작해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이 행사는 세계적 권위의 디스플레이 전시·학술행사다. 매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주요 기업과 학계가 모여 신기술과 제품을 전시하고 연구 성과를 교류한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간 온라인으로 개최했던 것을 올해 다시 오프라인으로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Meet amazing techverse in Samsung Display'란 주제로 다양한 차세대 제품을 전시했다.

새로운 콘셉트의 양방향 슬라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구현한 디지털 콕핏, 게이밍용 폴더블 디스플레이, 신제품 퀀텀닷(QD) 디스플레이 등으로 삼성기술의 우월성을 뽐냈다.

이중에서도 '플렉스(Flex) OLED' 존에서 선보인 새로운 폼팩터의 OLED 제품들이 큰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6.7형 슬라이더블인 이 제품은 가로로 확장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위로 화면이 확장되는 형태로, 문서작업이나 웹서핑에 최적화시켰다.

12.4형 슬라이더블 제품 역시 올해 처음 공개한 콘셉트 제품으로 가로 양방향으로 화면이 확장된다. 8.1형 크기로 작게 만들어 휴대성을 높였으며 12.4인치까지 화면 크기를 확장해 영상 감상은 물론 멀티태스킹도 할 수도 있다.

양쪽에 컨트롤러가 달려 있는 게이밍용 폴더블 제품은 반으로 접을 수 있어 게임에서는 대화면, 평소에는 스마트폰 크기로 만들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해 글로벌 고객사에 본격 공급을 시작한 QD디스플레이도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QD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퀀텀닷을 내재화한 백라이트 없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42인치 벤더블 OLED 게이밍 디스플레이'는 최대 1000R(반경 1000mm 원의 휘어진 정도)까지 자유롭게 구부렸다 펼 수 있다. TV를 볼 땐 평면으로, 게임할 땐 휘어진 화면으로 사용 가능하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17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은 145억 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4년 연속 OLED 수출만 100억 달러 이상을 달성했다.

이처럼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천안·아산에 밀집해 있다.

천안·아산을 포함한 충남지역의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20억 불로 국내 총 수출액의 56.1%를 차지한다. 기업 수는 221곳으로 국내 922곳 중 24%가 모여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양자 대결 구도로 치열한 상황을 벌이면서 업계의 출혈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으로 설비투자, 패널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중국이 주도할 경우 디스플레이를 무기화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보인다.

디스플레이산업이 정부의 국가전략기술에 이어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됐다는 소식에 업계의 실망감이 작지 않다.

이에 민관협의체인 삼성디스플레이 지역투자 추진협의체는 지난달 29일 실무회의를 갖고 충남도를 비롯, 구성원들에 국가전략기술 포함에 힘을 싣자며 뜻을 모았다.

양승조 민주당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와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도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세계 최고의 OLED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LCD 경쟁력 상실로 중국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경쟁 구도는 LCD에서 OLED 등 차세대 분야로 이동하며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산업 생태계 변화를 고려한 복합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업계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 후보시절 국정과제로 채택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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