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장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장

요즘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 기기를 쉽게 접하며 성장했고 이를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 소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불린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로 정보를 습득하고 교환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그러나 청소년의 광범위한 디지털 환경 노출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도 안겨주고 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 심화와 인터넷을 활용한 소비 증가에 따른 전자상거래 피해가 대표적이다.

특히 청소년의 온라인 거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조사하는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2-19세 청소년 인터넷이용자의 인터넷쇼핑이용률은 2015년 35.3%에서 2021년에는 52.4%까지 증가했다. 이와 함께,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10대의 상담건 중 전자상거래 관련 비중도 2011년 29.2%에서 2015년 32.9%, 2020년에는 46.5%까지 늘었다. 이와 같은 청소년의 온라인거래 피해 증가는 이들이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거래에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전국 만 14세 이상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소비생활에 필요한 지식수준을 5개 영역으로 분류해 조사한 결과, 디지털거래 영역은 49.4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평균에 비해 6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 중고거래와 같은 개인 간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자와의 전자상거래와 달리 청약철회와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데도, 청소년들은 이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또한 SNS 마켓에서 공동구매한 상품도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몰랐고, 안전한 온라인거래를 돕는 에스크로 제도도 잘 인식하지 못했다. 소비자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가 운영 중인 '1372소비자상담센터'나 '소비자24'에 대한 인지도도 낮았다.

'교육은 이 세대가 다음 세대에 진 빚이다'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사회화가 가장 활발한 청소년들이 온라인거래를 비롯해 소비생활 전반에서 역량을 갖춘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돕는 것이 교육 당국을 비롯한 기성세대의 역할과 책임이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소비자교육을 경험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소비생활 지식수준이 7점 이상 높았다.

청소년 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릴 정도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만, 디지털 소비 측면에서는 아직 초보자들이다. 청소년 소비자의 특성과 행동을 정확히 파악하고 디지털 환경에 맞는 교육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디지털 소비에도 원주민이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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