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국회의원·시장군수 응집력 저하
지역현안문제 성과 없이 공전만 지속
충남지역민 응집력 있는 목소리 낼 때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한 달쯤 지난 일이다. IMF 구제금융 사태 후 금융구조조정으로 퇴출된 충청권 지방은행을 살리기 위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충남 범도민추진단 발족식`이 충남도청문예회관에서 열렸다. 근데, 충남 범도민추진단 발족식을 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명색이 충남 범도민추진단 발족식인데 충남 정치·행정 응집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지, 이래서야 힘을 쓸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생각이 앞섰다. 충남 국회의원 11명 중 현장에서 목격된 의원은 4명, 15곳 시·군 중 시장·군수도 4-5명에 불과했다. 발족식을 준비한 충남도 실무부서에서 국회의원과 시장군수들에게 여러 차례 참여를 독려했건만 참여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꼬락서니가 꼭, 안 되는 집안 꼴이다.

충청권은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충북은행이 퇴출됐다. 20년 넘게 지역연고 은행이 없다 보니 지역내총생산(GRDP)의 역외소득유출 부작용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GRDP의 역외유출율은 충남이 114조 원 중 23조 원(20.2%)으로 전국 1위다. 충북은 71조 중 12조 8000억 원(18%)이 외부로 빠져 나가 충남에 이어 2위다. 충남과 충북의 역외유출액을 합치면 35조 8000억 원이다. 이는 지역에서 분배될 수 있는 소득의 크기를 감소시켜 생산, 분배, 지출, 생산으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추진하자는 데 `따로 국밥`이니 잘 될 턱이 있나. 시중 대형은행의 공격적 마케팅과 인터넷 은행의 성장 등으로 지방은행의 설 자리가 시나브로 줄어드는 마당에 어렵지만 이제라도 `죽은 자식` 살리는데 하나된 목소리를 내도 될까 말까 할 판에 우려스러운 게 한 둘이 아니다. 양승조 도지사는 이날 "도민들이 충청은행 설립에 무쇠를 녹이는 열기와 태산을 무너뜨리는 의지를 표출해 달라"고 말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누군가는 충남이 참을성이 지나치다고 말한다. 참고 지내는 인고의 시간이 길다. 그래서 일까 충남에는 없는 것도 많다. 지방공항만 해도 그렇다. 전국 도 단위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공항이 없는 곳이 충남이다. 지난해 수십 조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덕도 신공항`이 정치 노름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 바듯, 500억 원이 넘는 충남공항은 정치권의 외면을 받기 일쑤였다. 그래도 `가덕도 신공항` 덕분(?)이었을까 충남공항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황송할 뿐이다. 이 성과를 내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내포신도시에 들어설 충남혁신도시도 부지하세월이다. 2020년 10월 29일 충남혁신도시가 국토부 고시로 확정됐지만 현재까지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은 전무하다. 희망 고문의 연속이다. 홍성예산이 지역구인 홍문표 의원은 지난해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 주관 `혁신도시 완성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혁신 전략 대토론회`에서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가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1년 넘도록 청와대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KBS 지역방송국도 마찬가지다. 충남만 없다. KBS는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 총 18개의 지역 총국을 두고 있다. 2004년 공주방송국을 폐쇄한 이후 충남은 맥이 끊겼다. 전국 도 단위에서 충남은 네 번째로 인구가 많고, KBS 방송 수신료의 4%인 262억 원을 매년 부담하는 실정이다. 방송서비스 소외지역이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그나마 지난해 말 KBS 이사회가 KBS 충남방송총국 설치를 위한 타당성조사 용역비와 실시설계비를 심의·의결한 것은 위안이다.

사석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푸념인 영·호남이었으면 가만있었겠느냐. 지역색을 부추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충남의 응집력 있는 목소리가 아쉬울 뿐이다. 충남이 없는 것도 많은데, 의지도 없는 것처럼 비춰질까 봐 염려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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