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중부대 골프학전공 교수
김형진 중부대 골프학전공 교수

이번 시간에는 `숏게임` 중 아마추어 골퍼들의 기피 대상인 `그린사이드 벙커샷`에 대해 알아보겠다. 일단 볼이 벙커에 들어가면 파 세이브할 수 있는 확률이 어프로치샷에 비해 낮아지기 때문에 프로와 싱글골퍼들도 벙커샷을 좋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PGA 탑 프로들의 세이브율 65%가 이를 말해준다. 주말 골퍼들이 벙커샷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벙커샷은 이론을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실행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벙커샷 연습이 가능한 연습장에서 한 두 시간만 투자해보자. 적어도 벙커샷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질 것이다. 필자 또한 20여년 전 벙커샷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연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물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벙커를 쉽게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심리가 샷을 대행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벙커 심리 첫 번째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면, 그다음 단계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적극적인 자신감이 될 것이며, 마지막 단계는 무의식 단계 즉, `자동화 단계`다. `자동화 단계`는 벙커에 들어가서 핀에 공을 붙이고 나오는 단계다. 샷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가 의도하고 있는 샷에 대한 이미지이다. 우리는 벙커샷을 어떻게 치는가? 어깨로? 바디로? 아니다. 골프는 두뇌가 치는 것이다. 두뇌가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손이나 팔, 다리는 두뇌에서 지시를 받음으로써 움직일 뿐이다. 이 말의 의미는 뇌에 스윙에 대한 기본 정보가 입력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즉 `내가 벙커샷을 할 때는 이런 생각을 갖고 이렇게 스윙을 한다`란 개념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뇌에서 필요한 동작을 사지에 지시할 수가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기본 정보 내지는 개념을 샷 이미지라고 하는데, 비단 벙커샷뿐 아니라 모든 샷에는 이미지가 구축돼 있어야 모든 골퍼들이 원하는 일관된 샷을 할 수 있다.

벙커샷은 약간의 모래와 함께 볼을 떠낸다는 이미지가 실제와도 부합한다. 이는 샷의 결과가 아닌 벙커샷이 이루뤄지는 과정에 착안한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벙커샷에 대한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익스플로전(Explosion)샷`이다. 모래가 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폭탄이 폭발할 때의 형상과 같아 익스플로전 샷이라고 불리는데 이 이미지에 의하면 벙커샷은 `모래를 폭발시키듯 친다`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샷에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고, 폭발시키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치는 경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모래를 강하게 치면 오히려 볼이 벙커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클럽헤드가 모래를 강하게 접촉하면 모래도 클럽에 저항하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고, 이러한 모래의 저항은 클럽헤드의 스피드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럽헤드가 모래 속을 부드럽게 통과할 때, 모래의 저항을 받지 않고 필요한 모래의 양만 떠낼 수 있으며 볼은 깃대에 붙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프로들의 벙커샷 또한 많은 힘이 필요한 특수한 라이 상황이 아니면 폭발시키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으며, 모래의 종류에 따라 샷의 종류도 달라지기 때문에 벙커샷의 이미지는 모래와 함께 볼을 떠낸다는 이미지를 생각하는 것이 좀 더 확률 있는 샷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형진 중부대 골프학전공 교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