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좋은 아버지의 자격은 무엇일까? 천안 태생인 나의 어렸을 적, 월급날 노란 봉투에 담긴 통닭을 식을세라 외투 속에 꼭 끌어안고 귀가하던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 보였다.(대한민국 치킨전). 요즘은 포켓몬 빵을 사 오는 아버지다. 초등생 아이가 몇 주째 포켓몬 빵을 사달라고 성화다. 아이도 동네 편의점 몇 곳을 매일 둘러봤지만 계속 헛걸음하자 아빠한테 SOS를 쳤다. 아이의 간청을 무시할 수 없어 출·퇴근길이나 낮에도 틈틈이 판매처에 가봤지만 매번 빈손. 어제는 함께 동네산책하던 아이에게 양해를 구했다. 당분간은 포켓몬 빵 구입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겠다고. 이유는 `눈물 젖은 빵` 때문이다.

포켓몬 빵 제조사는 SPC 삼립식품이다. SPC 삼립식품이 속한 SPC 그룹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등도 대표 브랜드로 거느린다. 국내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2030년까지 매출 20조 원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성장을 지향하는 SPC 그룹. 그곳 빵의 제국 파리바게뜨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여성 제빵기사가 23일째 곡기를 끊고 단식 농성중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이다.

몇 해 전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이 사회문제화 됐다. 김종진에 따르면 SPC그룹은 자사 브랜드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에게 "그나마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일하니 좋지 않으냐!", "최저시급 이상을 주고, 식사 때 빵이라도 주잖아!" 등 비인권적 태도를 보였다(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노조 결성 뒤에는 노조탄압 의혹이 불거졌다.

"빵을 안고 가는 젊은 사내의 등뒤로/ 새벽 별빛이 떨어진다/ 그 별빛에 묻어 사내의 땀방울도 두꺼운 빵껍질 위로 떨어진다/ 아침이면 분명 누군가가 저 빵을 먹을 것이다/ 빵의 부드러운 속살과 함께 땀방울도 그의 입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것도 가난한 사람의 식탁에 오를 것이다"

1996년 출판된 시집에 수록된 김용락의 시 `빵`의 일부이다. 아무리 생크림과 초콜릿이 범벅 된 빵이라고 해도 그 빵이 정당한 대가나 대우가 아닌 누군가의 노동을 갈아서, 출혈해 만든 빵이라면 결코 좋은 빵일 수 없다. 띠부씰이 없더라도 만드는 이에게도, 먹는 이에게도 행복한 빵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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