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성환목장으로 시작한 종축장
주민들 이전 요구·축산방역 취약지 천안 이전 필요성 제기
국유지 토지개발 선도사업지로 선정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전경. 사진=천안시 제공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전경. 사진=천안시 제공
[천안]127만 평 천안 성환종축장(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이 국가산업단지로 변모할 수 있을까. 천안 성환읍 주민과 지역 부동산업계는 물론 평택시민들까지도 관심을 갖는 화두다. 성환종축장은 지난 2017년 전남 함평군 완전 이전이 결정된 후 `4차 산업혁명 제조혁신파크`로 만들겠다는 대강의 청사진만 나온 채 공전해왔다. 그동안 부지 활용안을 두고 주민들과 LH,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서 `국가산업단지`로 성격을 명확히 하며 그 방향이 정해진 모양새다. 종축장 이전지의 보상문제와 천안 지역 내 여론 결집은 숙제로 남아있다.

◇100년 역사 성환종축장의 완전 이전=성환종축장의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농업진흥청 산하 연구기관으로 국가단위의 축산 자원 개량과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약 80여 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며 418만 여㎡(약 127만 평)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천안문화대전에 따르면 성환종축장은 1915년 종마개량을 목적으로 한 `성환목장`에서 시작한다. 광복 이후 1947년 성환 축산 시험장, 1969년 국립 종축장, 1994년 종축 개량부, 2008년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로 이름을 바꿔왔다. 지역민들은 여전히 성환종축장으로 통칭하고 있다.

성환 지역민들은 성환종축장이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판단에 1990년대부터 이전을 요구해왔다. 정재택 종축장이전 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이전추진위) 위원장은 "성환은 종축장과 제3탄약창 때문에 크지 못한다는 한이 있다"며 "종축장이 이전해야 성환이 산다는 그런 민간 신앙이 가슴에 차 있다"고 설명했다. 종축장 입장에서도 방역에 취약한 천안을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천안은 서해안 벨트를 따라 오는 철새로 인한 조류독감과 2009년 이후 매년 이어지고 있는 구제역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도시의 팽창으로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며 전염병 감염확률도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성환종축장에 있던 가금류(닭, 오리 등) 연구부서는 2016년에 평창으로 옮겨갔다.

지역민들은 1995년 이전추진위(당시 종축원 이전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1997년 종축장은 절대농지에서 개발이 가능한 계획관리 구역으로 변경됐으며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종축장 이전이 채택됐다. 2018년 전남 함평군으로의 종축장 완전 이전이 결정된데 이어 2019년 기재부의 국유지 토지개발 선도사업지로 선정돼 `4차산업 제조혁신파크`로 조성한다는 개괄적 구상이 나왔다.

◇산업단지-도시개발, 엇갈린 부지활용=종축장 활용을 두고 국유지 토지개발 선도사업 우선사업시행자인 LH와 이전추진위 사이의 의견이 엇갈렸다. 정재택 위원장은 "LH가 제시한 안은 내기를 제조혁신파크 조성하되 스마트시티 주거단지도 조성한다. 즉 도시개발을 하겠는 것"이라며 "추진위는 설립 때부터 첨단산업단지를 주장해왔다. 도시개발은 주거기능과 상업기능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LH는 문화시설, 주거시설, R&D 연구소가 복합된 도시개발을 구상하고 2025년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전추진위는 산업입지법에 따른 국가산단 조성 입장을 고수했다. 국토해양부가 주도하는 국가산업단지는 배후도시 건설과 교통망 정비, 수도, 교육시설 등 광역적인 사업까지 수반된다. 기관 유치도 수월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尹 공약에 국가산단 급물살=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집에 성환종축장의 조속한 이전과 첨단 국가산단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실리며 답보 국면은 반전됐다. 대통령 인수위에서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충남도당 관계자는 "인수위에 계속해서 성환종축장의 국가산단 조성이 추진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있고 인수위에서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황근 전 농진청장이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도 지역에서는 호재다. 정황근 장관 지명자는 성환읍 신방리 출신으로 농진청장 재직 당시인 2016년 이전추진위와 회담을 갖고 종축장의 발전방안 마련을 약속키도 했다.

◇관심 모으는 LH의 계획 발표=LH는 오는 6월까지 성환종축장의 국유지 토지개발 선도사업 사업계획을 완료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국유지 개발 선도사업지의 안을 기초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부지 활용에 대해 천안시, 충남도, 이전위원회의 의견을 들으며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 LH의 사업계획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며 지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안시는 4월 중 종축장 활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하고 그 결과를 LH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박상돈 천안시장도 지난 2020년 보궐선거에서 종축장 첨단국가산업단지 조성 공약을 내걸었다.

◇종축장 조속 이전·지역 여론 결집 필요=성환 지역민들은 함평군 이전지의 보상문제가 종축장 이전에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진청은 오는 2027년까지 종축장을 함평으로 완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전지인 함평군 부지 642만여㎡ 가운데 90% 이상이 사유지로 알려져 있다. 농진청은 이전사업비로 9170억 원을 요구했으나 결정된 예산은 7692억 원이다. 보상 문제로 장기간 사업이 늘어지면 전체 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시장 예비후보들이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이는 점도 주민들은 탐탁치 않아하고 있다. 민주당 이규희 예비후보는 첨단국가산단을 조성하되 거주단지와 공원이 결합된 신도시를 건설할 것을 공약했다. 무소속 전옥균 예비후보는 국가정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성환의 한 농업인은 "4차산업 거점한다고 한지 5년 넘었는데 정해진 게 없다"면서 "정치권이 합심해서 밀어 부쳐야 일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재부 국유지 토지개발 선도 사업지로 선정된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부지. 사진=천안시 제공
기재부 국유지 토지개발 선도 사업지로 선정된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부지. 사진=천안시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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