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대전수의사회장
정기영 대전수의사회장

전세계적으로 토끼는 개와 고양이 다음으로 반려동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보 부족에 의해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입양 전 시중에 판매되는 토끼 관련 서적, 인터넷 동호회·카페, 동물병원 등을 통해 토끼 양육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끼를 양육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음식물 공급이다. 반려동물로 양육하는 토끼의 평균 수명은 10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14-16년 정도 된 고령의 토끼도 있다. 토끼는 1일 물 섭취량이 체중(㎏)당 50-150㏄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 신선한 물을 항상 공급해줘야 한다. 어린 토끼는 위생상 물병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노령 토끼는 관절이나 척추 등 질환 때문에 이용하기 불편한 물병 대신 물 그릇을 사용하곤 한다.

연령별로 음식 급여에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토끼는 하루 동안 체중의 10% 정도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후 3개월령 이하의 어린 토끼에게 야채를 주면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급여하면 안 된다. 생후 6개월령까지는 칼슘이 풍부한 알팔파 건초를 무한 급여해야 한다. 사료는 주식이 아닌 간식 정도 수준으로 주는데, 토끼가 좋아하기는하나 하루 먹는 양의 2%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생후 3개월령이 되면 녹황색 야채를 조금씩 주기 시작해야 한다. 녹황색 야채도 편식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하루 기준으로 3종류 이상의 녹황색 야채를 급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추나 배추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장독성으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하루 먹는 양 기준으로 건초와 녹황색 야채 비율을 약 70:30 정도가 적당하다.

생후 6개월령이 되면 티모시를 기본으로 연맥, 대맥, 소맥, 라이, 버뮤다 등의 다양한 건초를 급여해야 한다. 한 가지 건초만 주지 말고 다양하게 여러 가지 건초를 먹이는 것이 좋다. 생후 6개월령 이후에도 칼슘이 풍부한 알팔파를 주면 방광이나 신장에 결석이 발생할 수 있다. 견과류와 곡물류는 토끼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지만 질병 유발 가능성이 있어 피해야 한다. 토끼 먹거리 전문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면 다양한 건초를 구매할 수 있다. 질병이 있는 토끼의 경우 건강한 토끼와 달리 조심해야 할 음식물이 많아 담당 수의사와 상담이 요구된다.

토끼를 키우면서 가장 걱정하는 질병 중 하나인 위내 모구증(헤어볼)은 치아 부정 교합, 위장 정체 등과 함께 대부분 잘못된 음식 급여로 인한 것이다. 병원에 오는 토끼 중에는 사료만 먹거나 사람처럼 쌀밥, 빵, 고기 등을 먹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정작 먹어야 할 건초와 녹황색 야채는 입에 대지 않고 사람과 똑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질병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적절한 음식 공급과 식습관이라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토끼에게 가장 중요한 질병은 바이러스 출혈병이다. 주된 증상은 급사인데, 식욕이나 활력 등에 아무 이상이 없다가 갑자기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이틀 정도 기운이 없고 잘 놀지 않으며, 고열이 나고, 먹는 것도 조금 줄어드는 듯하다가 죽는다. 갑자기 몸이 뻣뻣해지며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펄펄 뛰고 다리를 버둥거리다가 그냥 쓰러져 죽기도 한다. 가끔 코나 입, 항문에서 피가 나오거나 콧물이 나오며 설사가 비치기도 한다. 치료 방법은 없으며 미리 예방접종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기영 대전수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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