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간 국내 최고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활약
"세계 최고 국제적 연구기관으로 탈바꿈" 의지
'인재 양성·조직 개선·연구 문화 조성'에 주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ETRI의 국제화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 기술인력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며 "ETRI를 세계 최고의 국제적 연구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사진=최은성 기자

인공지능(AI)과 5G·6G(5·6세대 이동통신) 등은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에 대응할 10대 국가 필수전략기술 중에서도 핵심으로 통한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공공 R&D 최전선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ETRI는 명실상부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중 하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AI의 두뇌, AI 반도체 알데바란(AB9)을 개발하는 등 우리나라가 AI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되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9대 원장으로 취임해 ETRI를 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이끌어 온 김명준 원장은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 소부장 사태, 코로나19 등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혁신적인 연구로 국제적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ETRI를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연구소로 전환시키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김 원장은 임인년(壬寅年) 시작부터 올해를 `ETRI 국제연구소 전환의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이를 위한 4가지 전략도 세웠다. 먼저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 ETRI 구성원들이 글로벌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EU와 연구인력 교류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연구자 비중을 확대하는 등 연구 인프라를 국제화하는 `조직 개선`에도 중점을 둔다.

`도전연구과제(Project)`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캐나다, 이스라엘과 같은 기술 강소국은 물론 유럽 유수 연구기관과도 전략적으로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위험 미래지향적 연구과제를 지원해 글로벌 탑티어급 성과 창출 토대를 단단히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도전적 연구목표를 격려하는 `연구문화` 조성에도 힘쓴다. 김 원장은 "국제적 연구기관에 걸맞는 R&D 혁신과 교류협력 시스템을 통해 성과품질 향상과 국제 기술·인력 교류 활성화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TRI는 `국가지능화`와 `국제연구소 전환` 외에도 수십년 간의 노하우를 활용해 `기술창업` 전진기지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0년 `창업 및 출자 관리규정`을 제정해 창업 활동을 장려했고, 1998년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창업보육공간·시험인프라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출연연 최초로 기술지주회사인 에트리홀딩스㈜를 설립하면서 현재와 같은 기술창업 지원 기틀을 마련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11월 연구소기업 ㈜마인즈랩이 코스닥에 상장됐다"며 "이로써 ETRI는 출연연 중 국내 최다 코스닥 상장 연구소기업을 배출한 기관이 됐다"고 운을 뗐다. 코스닥에 상장된 출연연 연구소기업은 총 5개사로, 그 중 △수젠텍 △신테카바이오 △진시스템 △마인즈랩 총 4개사가 ETRI에서 배출한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출연연 가운데 최다인 141개의 창업기업을 배출하는 등 연구뿐 아니라 기술사업화와 창업에서도 주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단순히 창업기업을 배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출연연 기술창업 생태계 선도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을 다양한 응용분야에 접목하는 `기획형 창업`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매출 1조원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기 위한 의지도 드러냈다. 김 원장은 "R&D부터 비즈니스 모델 수립, 창업까지 고려하는 `창업일체형 R&D`, 창업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획 창업을 촉진하는 `ETRI Challenge·Start·Scale UP 플랫폼` 등 ETRI만의 차별화된 기술창업 지원으로 매출 1조원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TRI의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기술창업의 새로운 메카로 거듭날 `마중물 플라자`가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지난달 마중물 플라자 조성사업이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며 "그동안 기술창업이 출연연 각자가 보유한 기술을 중심으로 개별적, 분절적으로 이뤄졌다면, 마중물 플라자는 `BTS Linking Lab(링킹 랩)` 방식으로 창업의 첫단추인 사업기획 A부터 창업의 Z까지 전 주기적인 창업지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중물 플라자는 대전시가 대덕특구 출범 50주년(2023년)을 맞아 추진하는 `대덕특구 재창조` 사업 중 하나로, 유성구 가정동 ETRI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사업의 핵심인 `BTS 링킹 랩`은 청년을 뜻하는 블루(Blue), 기업·연구자를 의미하는 테크(Tech), 지역사회 소셜(Social)을 연결해 단순 공간만 제공했던 기존 창업 시설과 달리 기술 창업부터 실용화, 사업화까지 모두 지원하는 게 골자다.

김 원장은 "마중물 플라자에 AI와 빅데이터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는 코딩 전문 교육공간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에도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AI·SW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ETRI가 개발에 성공한 세계적인 성과인 전전자교환기(TDX), 메모리반도체(DRAM), 디지털이동통신(CDMA) 등 대한민국 ICT의 발전사를 되돌아보고 미래 ICT를 경험할 수 있는 ICT체험·박물관을 구축하겠다"며 "과거, 현재, 미래관으로 조성해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과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의 ICT역사와 미래를 소개하겠다"고 구상을 전했다.

이어 "어떤 방향성으로 운영돼야 하는지, 출연연 간의 협력을 어떻게 이뤄야 하는지, 연구자들의 창업을 어떻게 도모할 수 있을지, 결과적으로 어떻게 마중물 플라자가 `BTS Linking Lab`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내실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TRI 공채로 시작해 수십년 간 연구원에 몸 담아왔던 김 원장은 최근 3년의 공식 임기를 마무리하고 연임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직무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차기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회 일정까지 고려할 때,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으면 연말쯤 추후 거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 원장은 계속해서 우리나라가 AI 기술 선구자(First Mover)로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 R&D 최전선에서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끝으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AI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며 "ETRI만의 기술발전지도를 가지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앞장서서 찾아 나서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현재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국제화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 기술인력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며 "ETRI를 세계 최고의 국제적 연구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역설했다. 대담=맹태훈 취재2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정리=정인선 기자

<김원장은>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계산학 석사를, 프랑스 낭시(Nancy) 제1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1986년 ETRI에 입사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반을 만든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 `타이컴(TiCOM)`과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인 `바다(Bada)`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ETRI에서 30년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데이터베이스연구실장, 소프트웨어연구부장, 기획본부장, 소프트웨어·콘텐츠연구부문 소장 등을 두루 역임했고, 이 외에도 대외활동으로 한국정보과학회장과 미국 리눅스재단 이사 등을 지낸 바 있다. 2016년부터 ETRI 원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국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꼽힌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