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문학 거장' 모디아노 신작
젊은 날의 기억·미스터리 사망 사건 되짚다
잠자는 추억들(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52쪽 / 1만 4000원)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가 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작품이자 1968년 데뷔작 `에투알 광장` 이후 28번째 소설이다.

저자는 불안하고 유약했던 젊은 날, 매혹적인 여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21개 장으로 구성했다. 청년기에 스치듯 만난 사람들과 그 시절의 바스러져가는 기억, 그리고 우연히 연루된 사망 사건을 되짚어가는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의 모습이 투영된 화자 `장 D.`는 센강변 헌책 노점상에서 우연히 `만남의 시간`이란 책을 발견하고, 수십 년 전의 흩어진 기억을 더듬어간다. 그러다 1965년 여름 `뤼도. F`라는 남자의 미스터리한 사망 사건에 연루됐던 기억과 마주한다. 그는 `이름을 입 밖으로 내기가 망설여지는` 여자의 전화를 받고서 찾아간 아파트에서 이 남자의 시신을 발견한다. 과연 장 D.의 기억은 어떻게 흘러갈까?

저자는 젊은 날의 추억들이 훗날 자신과 함께 영원히 묻혀버릴까봐 염려하듯 잠자는 추억들을 하나씩 흔들어 깨운다. 망각의 층을 뚫고 떠오른 새로운 이름들과 얼굴들에 숨을 불어넣으며, 한없이 불안하고 유약했던 젊은 날 파리 곳곳에서 만난 사람과 기억을 끌어 올린다. 작은 퍼즐조각처럼 흩어져 빈틈이 많은 기억을 그러모으고, 머릿속에 뒤죽박죽으로 되살아나는 단편들을 꿰맞춰 가며 독자는 `장 D.`의 기억의 탐정이 되어 수수께끼 같은 과거를 추적하고 완성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는 그날들의 일을 떠올리면 켕기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나의 젊은 시절의 한 부분을 마감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날들"이라고 밝힌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언론 인터뷰도 거절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고, 한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작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세계의 정점에 선 그가 꽤 길었던 침묵을 깨고 또다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결정적인 순간으로 당신을 조용히 인도한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