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 높은 상품 쟁취·구매력 과시 등 소비경쟁 거세
웃돈 얹은 중고거래에 인기 악용 범죄 등은 주의 해야

세종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김동희 기자
세종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김동희 기자

일찍이 매장 개장 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오픈런 현상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단순 구매를 넘어 희소성이 높은 상품을 쟁취하는 놀이문화를 넘어 타인에게 구매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재판매에 따른 시세차익 실현 등 상품의 인기를 악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오픈런은 샤넬런(샤넬+오픈런)처럼 뛰어난 구매력을 갖추지 않아도 이색적인 소비를 경험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과거 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오픈런 현상이 요즘에는 비교적 저가 상품군이라도 인기 대비 공급이 적다면 충분히 발생하면서다.

SPC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대표적인 예다. 전국 곳곳에서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 앞 소비자들의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상품이란 점에 더해 빵에 함께 들어 있는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얻고자 하는 소비경쟁 측면이 크다.

2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포켓몬빵은 만화를 보고 부모님께 빵을 사 달라고 졸랐던 어린시절이 생각나 더 갖고 싶어 오픈런을 종종 하고 있다"며 "뮤 띠부씰까진 바라진 않더라도 좀 희귀한 띠부씰이 나오길 바라면서 빵을 뜯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뮤 띠부씰은 대표적인 희귀 띠부씰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빵 가격(1500원)의 33배인 5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오픈런은 과시욕을 드러내는 현상이기도 하다. 소비 자체에서 끝나지 않고 희귀한 상품을 얻었다는 구매력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도 더해진 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오픈런을 인증하는 게시글, 희귀 상품군을 손에 넣었다는 게시글 등이 넘치고 있다.

다만 오픈런 현상이 과열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정된 또는 공급이 부족한 상품군에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는 만큼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중고거래 시장까지 과열되는 모습이다.

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재판매자(리셀러)들까지 경쟁전에 가세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명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희소한 상품을 소유하려는 경험은 소비자에게 유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들의 구매역량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며 "이에 구매에 실패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이용하려는 전문 판매업자들로 인해 소비자들은 과한 웃돈을 주고 제품을 구매하는 등 경제적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부 편의점에서 등장한 끼워팔기 상술부터 인기를 악용한 범죄 등이 잇따라 나오면서 과열 양상은 보다 주의해야 할 대목으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오픈런은 소비를 통해 타인과 구별 짓는 욕망의 구현방식이나 이를 악용하거나 소유 경쟁이 과열될 경우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올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합리성을 고민하고 기업은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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