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상품군에서 저가 상품군까지 곳곳 품절대란
희소성 높은 상품 소비경쟁 통해 얻는 만족감 등

세종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김소현 기자
세종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김소현 기자

최근 오픈런 현상이 유통·식품업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한정판 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 개장 시간에 맞춰 달려가는 소비자들이 폭증하면서다.

몇 년 전만 해도 명품 등 고가 상품군 위주로 나타났던 오픈런 현상은 명품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한 상품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오픈런은 명품 브랜드 샤넬이 주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당시 가격이 오르기 전 제품 구매에 나선 소비자들이 명품관 앞으로 몰리면서 샤넬런(샤넬+오픈런)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오픈런의 시작을 알렸다.

물론 이전에도 애플 등 일부 브랜드들의 신제품 출시 날 매장 개장 전부터 줄을 길게 서 있는 인파들이 종종 있었지만 샤넬과 함께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통용된 셈이다.

여기에 1980-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한편 오픈런이 MZ세대의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오픈런 현상은 보다 견고해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희소성이 높은 상품을 구매하고자 자연스레 오픈런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명품 외 상품군 중 오픈런을 이끈 대표주자는 단연 포켓몬빵이라고 할 수 있다. SPC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은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수집 열풍과 함께 전국적으로 품귀 대란을 겪고 있다.

재출시 한 달을 넘어선 시점에도 그 인기는 식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SNS에는 포켓몬빵 구매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8만여 건 이상 등록되는 것은 물론 물류 차량이 편의점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달려가는 물류런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말에는 스와치그룹 산하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 스와치의 첫 협업 제품인 달 시계(문스와치)가 출시되자마자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품가는 33만 1000원이다.

오픈런은 기본, 품절 대란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스와치 측은 일시적으로 1인당 1개의 시계만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가수 박재범이 론칭한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도 MZ세대를 주축으로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 병에 1만 4900원으로 비교적 고가 소주에 속해 있지만 완판 기록을 세우는 등 인기가 높다.

폭발하는 수요에 제품 구입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원소주 구입 성공팁까지 공유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상품을 기다리고 경쟁해 소비하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희소성이 높은 상품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 소셜미디어에 전시하면서 얻는 인정 등을 발생 이유로 보고 있다.

정보희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들은 희소성이 높은 제품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큰 만족감과 가치를 느낀다"며 "특히 해당 제품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증하면서 자신을 돋보이는 수단으로 작용하기에 오픈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MZ세대의 특성도 오픈런 현상에 한몫 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본인이 지각하는 가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들에게는 줄을 서서 무언가 구매하는 행위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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