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언·삶 궤적 가로질러 고암세계 도출
국내 최초 소개 자료 포함… 연보 수록
이응노, 말·뜻 시리즈 (박응주 지음 / 수류산방 / 각 768쪽·312쪽 / 4만 9000원·2만 9000원)

이응노, 말·뜻 시리즈
이응노, 말·뜻 시리즈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독창적 작품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삶과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연구서 세트가 출간됐다.

이 책은 충남 홍성군 `이응노의집 고암학술연구실` 책임연구원인 저자가 `고암 이응노 화언록(畵言錄)`이라는 주제로 조사하고 집필한 결과물이다.

`이응노, 말`은 고암 이옹노의 화론 아카이브로, 국내에 최초로 발굴 소개되는 자료 다수를 포함한다. 총 203편의 `화언(畵言)`들을 800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에 모았다. 이응노가 남긴 말과 글 40여 편과 함께 국내외 비평가들이 고암에 관해 쓴 글 160여 편을 실었다. 이응노에 대한 호평뿐 아니라 당대의 비판도 아우른다. 특히 이응노의 한국성을 규명하기 위해 동시대 유럽 현장의 지근거리에서 작가를 보던 이들의 말과 글을 추적했다.

프랑스 미술가 클로드 장마르와의 대담, 아니크 르 무안 갤러리의 서예 시연 스크립트, 재독학자 오석근과의 인터뷰 등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자료도 포함됐다.

`이응노, 말`이 아카이브 자료집이라면, `이응노, 뜻`은 그의 삶과 예술을 저자가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시론이다. 이 책에서는 국내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을 정리하고, 150점이 넘는 도판과 주석을 더해 심층 탐구한다. 80쪽이 넘는 이응노 연보도 수록했으며, 기존 연보와 유족 제공 자료, 신문 기사 등을 확인해 오류를 줄인 충실한 연보를 작성했다.

한편, 이응노는 평생 전통적인 붓을 잡았지만 서화부터 사생, 반추상, 콜라주, 문자추상, 군상으로 작업 양식을 거침없이 바꾸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1958년 54세 나이에 새로움을 위해 프랑스로 건너간 이응노는 전통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으로 파리 화단의 인정을 받았다.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백건우·윤정희 납북 미수 사건에 연루돼 `금기 작가` 신세가 됐던 그는 1980년대 중반이 넘어서야 국내 화단에서 재평가받으며 명예를 되찾았다. 지금은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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