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김경태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따르릉…. 엔진 파이어!`

예기치 못한 경고음이다.

부기장: 기장님, 오른쪽 엔진에 불이 났습니다.

기장: 이륙을 중단합니다.

기장: 스로틀(액셀러레이터) 줄이고, 오토 스로틀 수동, 스피드 브레이크, 리버스

기장은 엔진에 불이 났을 때의 절차를 기계적으로 수행한다. 최대 속력으로 달리려던 비행기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좌우로 부르르 떨며 몸부림친다. 지금부터 부기장은 기장이 하는 모든 일을 더 철저히 모니터한다.

부기장: 기장님, 스피드 브레이크 나왔습니다. 역추진장치, 속도 60kt(시속 100㎞) 입니다.

기장: 리버스 아이들(최소), 오토 브레이크 해제

부기장: 매뉴얼 브레이크 상태입니다.

기장: 리버스 해제, 파킹 브레이크

부기장: 기장님, 엔진에 불이 났습니다.

기장: 잠시만요.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장은 먼저 인터폰으로 승객과 객실 승무원에게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을 알려야 한다. 객실 승무원이 비상탈출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장: 기장입니다. 비상탈출 준비하시고 대기하세요.

기장: 부기장님, 무슨 상황인지 다시 한번 확인합시다.

부기장: 기장님, 오른쪽 엔진에 불이 났습니다.

기장: 맞습니다. 지금부터 오른쪽 엔진에 불이 난 경우에 행해야 하는 절차를 수행합시다.

지금부터는 모든 스위치를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확인하고 조작한다. 한번 엔진을 끄면 다시 살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실수로 다른 엔진을 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장: 자동 출력장치 오른쪽-해제, 스로틀 오른쪽-최소, 연료공급장치-차단

기장: 아직도 불이 안 꺼졌나요?

부기장: 네. 아직 불이 안 꺼졌습니다.

부기장: 오른쪽 엔진 연료탱크 안에 있는 연료공급장치, 맞습니까?

기장: 맞습니다.

부기장: 차단. 아직도 불이 안 꺼졌나요?

기장: 네. 아직 불이 안 꺼졌습니다.

부기장: 1번 소화기 오른쪽 엔진으로

공항 소방대가 출동했는지 고막을 찢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붉은 불빛이 번쩍거린다.

부기장: 아직도 불이 안 꺼졌습니다. 2번 소화기 오른쪽 엔진으로.

부기장: 아직도 불이 안 꺼졌습니다.

기장: 그렇네요. 그럼 비상탈출 합니다. 비상탈출 점검표 수행합시다.

부기장이 점검표 맨 뒷장을 펴고 하나씩 읽으며 확인한다.

부기장: 기장님, 왼쪽 엔진 끄세요.

기장: 오케이. 왼쪽 엔진 끕니다.

부기장: 사무장에게 비상탈출 지시하십시오.

기장: 라저.

기장은 인터폰을 들고 단호하고 간결하게 외친다.

기장: 기장입니다! 비상탈출 하세요!

혹시라도 방송이 객실에 들리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서 기장은 기내 비상탈출 사이렌을 작동시킨다. 잠시 후 객실 승무원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린다.

"벨트 풀러, 이리 와, 뛰어내려!"

기장: 우리도 탈출합시다. 부기장은 앞으로 탈출해서 승객을 도와주세요. 나는 객실을 확인하고 맨 뒷문으로 탈출하겠습니다.

"기장님, 부기장님, 오늘 검열은 합격입니다"

지금까지는 실제상황이 아니라 시뮬레이터에서 검열을 받는 상황이다. 실제 비행 중에는 비정상 상황을 연습할 수 없기 때문에 조종사는 6개월마다 시뮬레이터에서 비정상 상황 대처 능력을 검열받는다. 규정은 잘 숙지하고 있는지, 비정상 상황에서 조종 기량은 완벽한지 그리고 다른 조종사와 적절하게 협조하는지 등을 확인 받아야 한다. 가령 엔진에 불이 난 상황이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정해진 절차를 따라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시뮬레이터 심사에서 합격하면 조종사로서 수명이 6개월 연장된다. 그렇지만 심사에 불합격하면 다시 훈련하고 심사를 받는다. 만약 두 번째 심사에서도 불합격하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이런 비정상 절차를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하늘길을 안전하게 만드는 비결 아닌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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