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확진자 1200만 육박…전세계 최다발생 기록도
"정부 '방역 완화', 확진자 양산 불씨됐다" 지적

지난 17일 대전 유성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은성 기자
지난 17일 대전 유성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은성 기자
코로나19가 오미크론 바람을 타고 결국 정점에 올랐다. 수십만씩 쏟아지는 신규 확진자와 최대치를 경신하는 사망자 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우리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국내 첫 확산 당시 자화자찬했던 `K방역`은 자취를 감추고 `K감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냉소 섞인 농담도 나온다.

이달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나 내달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전히 `낮은 치명률`을 강조하는 방역당국을 향한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다. 방역전문가들은 유행 정점을 지나 안정기가 올 것이란 확신은 거둬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 5명당 1명꼴 감염…사망자도 최대=지난 1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62만 1205명으로 역대 최다를 나타낸 데 이어 23일 누적 확진자가 1042만 7247명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 2개월 여만에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감염된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달 말부터 3주 연속 전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6일 국내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749일 만이었다. 인구가 1000만 명 이상이면서 한국보다 적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늦게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이 됐다고 덧붙여 설명하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233일, 스페인은 264일이 걸렸다.

양상은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해 말 국내에 등장한 이후 크게 바뀌었다. 오미크론이 올 1월 중순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2년 간 확진자 수는 모두 63만 821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불과 세 달간 93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확진자 수는 누적 확진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달 확진자 수는 873만 567명으로 누적 확진자의 72.7%다.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을 기록한 지 불과 보름 만인 지난달 21일 200만 명을 넘었고, 이로부터 1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30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확진자가 4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닷새 만인 이달 5일이었다. 다시 사흘 만인 이달 8일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에는 하루에 수십만 명씩 확진자가 추가됐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8일 이후 20일 연속 1000명대를 기록하고, 사망자는 꾸준히 300명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고위험군 위주 개편"vs"섣부른 완화"=국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3T전략(Test, Trace, Treat)으로 대표되는 방역 시스템을 적용했다. 집단감염 속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보다 빠르게 조치를 취해 감염병 확산을 막고자 한 것이다. `K방역`으로 불리며 대내외적으로 극찬을 받았던 우리 방역체계는 당시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신속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동선 추적검사를 통해 감염 확산 방지에 나섰다. 경증환자와 중등도 이상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와 음압격리병상으로 나눠 격리치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후 바뀌었다. 올해 초 방역당국은 "3T 전략으로 대표되는 우리 대응체계를 전파력이 강하고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특성에 맞게 새롭게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며 감염 고위험군 중심의 방역체제 개편에 들어갔다.

먼저 60세 이상 고령층과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하고, 일반인의 경우 자가검사키트를 대폭 활용토록 했다. 또한 재택치료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해 집중관리군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모니터링 등을 시행했다. 동네 병·의원에서 무증상·경증 환자 진료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할 수 있도록 전환하기도 했다. 현재는 RAT 양성시 확진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부터는 고위험군 또한 RAT를 거쳐 확진되면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개편이 방역 완화로 이어져 결국 확진자 양산에 불씨가 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방역당국이 체계 개편과 더불어 방역패스 폐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등 완화책을 펼치면서 확산세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계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아무리 낮아도 증상 자체를 무시할 순 없으며, 기반 의료시스템이 구축되기도 전에 규제가 풀려 확진자 진단·치료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방역체계를 바꾼다 했지만 현실은 방역 실패로 확산세가 더 커진 모양새다. 정부가 방역을 포기했다는 조롱을 듣는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아 고위험군 중심으로 방역 지침을 전환했지만, 그 밖의 일반 확진자들을 너무 방치했다. 정부에서 오미크론 증상에 대해 `심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뉘앙스로 발표하자 정말 그런 줄 알았던 시민들은 막상 확진 이후 나타난 증상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그런 환자를 맞이하는 건 일선 의료 현장이다. 현장 과부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섣부른 방역 완화의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유행, 기대와 우려=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정점 시기도 길어지면서 K방역에 대한 실패론이 곳곳에서 제기되자, 정부는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현재 유행 정점을 지나 앞으로 1-2주간이 위기 극복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확진자 발생은 유행 정점을 지나서 완만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순 유행 규모에는 불안을 가질 필요 없다"며 "인구 대비 확진율과 사망률, 누적 치명률 그리고 각종 경제지표 등을 보고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달라. 인구가 비슷한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이 제시한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인구 10만 명당 누적 사망자는 미국 289.6명, 이탈리아 261.1명, 영국 239.8명 등인데 한국은 24.7명으로 대략 10분의 1 수준이다. 누적 치명률도 한국은 0.13%를 기록 중인데 비해 미국은 1.2%, 이탈리아 1.14%, 영국 0.81%, 독일 0.68%, 프랑스 0.59% 등으로 더 높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하루 최대 사망자가 1000명까지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방역 낙관론`을 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방역전문가는 "위중증·사망의 정점 시기가 오고 있다. 최대 1000명까지 예상된다. 평균 500-600명 정도 사망하는 상황이 2-3주 지속될 것"이라며 "정점이 지났다거나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등의 메시지는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또 다른 문제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3일 대전시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은성 기자
지난 13일 대전시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우산을 쓴 채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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