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수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정책개발팀장
송민수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정책개발팀장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을 편하게 하고 상상했던 일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생활 속 익숙했던 것들을 사라지게 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디지털 뱅킹이 주는 편리함도 있지만 고령소비자들처럼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서 업무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과학으로 인한 기술의 성장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고 소외될 수 있는 부분을 정책적으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게 된다.

은행들이 점포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지난해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오프라인 은행 점포 감소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서비스 이용 접근 편리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점포를 폐쇄할 때는 향후 미칠 영향과 대체 수단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한 내부 분석과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절차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은행 점포 외에도 단말기유통법, 중고차매매시장 기업진출 제한 등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사전에 평가할 필요가 있는 사례가 현재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시기에 등장한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와 마이데이터,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을 비롯한 가상현실에 대한 정책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환경, 문화, 경쟁제한영향평가 등 정책영역별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전 영향평가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결정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역할과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관리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중요한 정책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소비자의 권리 측면에서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영향평가를 하는 경우가 찾아보기 힘들어 경제활동 주체로서 소비자의 권리가 사전적으로 보호되는데 한계가 있다. 소비자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 미래의 정부정책이 소비자의 신뢰도 얻고 더불어 소비자 권익을 향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예상치 못한 피해도 예방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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