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 대전수의사회장
정기영 대전수의사회장

갓 태어난 동물은 생후 몇 주 동안 면역체계가 발달하지 않아 태반이나 초유를 통해 어미로부터 전달받은 면역항체(모체이행항체)에 의존하게 된다. 개는 6-16주령, 고양이는 4-14주령에 거쳐 모체이행항체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하는데, 이 시기는 개체마다 다르다. 게다가 모체이행항체가 있을 때 접종하면 간섭현상에 의해 백신 효력을 얻지 못한다. 따라서 접종 시작 시기를 정확히 알려면 접종 전 항체가검사를 통해 접종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람에서는 다량의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므로 거의 평생 면역이 유지되지만, 반려동물에서는 90% 이상 초유를 통해 항체가 전달되므로 어릴 때 예방접종에 의해 생성된 항체는 일정 기간 지나면서 면역체계의 기억이 소실돼 사라지게 된다. 휴대폰 배터리 용량이 작아 자주 충전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강접종이 필요하다. 보강접종 시기를 정확히 결정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항체가를 측정한 후 접종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보통 1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강한 면역을 얻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개의 경우 최소 6주령 이후에 접종을 시작해 2-4주 간격으로 16주령이 될 때까지 접종하고 이후 1년마다 보강접종하게 된다. 고양이는 6주령 이후에서 3-4주 간격으로 16-20주령이 될 때까지 접종하고 이후 6개월령 또는 초기 접종을 마치고 1년마다 보강접종한다. 예방접종 시작 시기나 접종 간격은 동물마다 다르므로 자세한 접종 계획은 수의사와 상의한다.

광견병은 제2종 법정 전염병이면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법적으로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개와 고양이 모두 광견병 미접종 시 200-1000만 원의 과태료가 책정돼있다. 광견병 접종비가 아깝다고 절대 망설일 문제가 아니다.

광견병 말고도 전염성이 높고 사망률이 높아 반드시 접종해야 하는 필수백신에는 개의 경우 개디스템퍼바이러스, 개아데노바이러스-2 및 개파보바이러스가 있고, 고양이는 고양이헤르페스바이러스-1, 고양이칼리시바이러스, 고양이파보바이러스(고양이범백혈구감소증바이러스) 및 1년령 이하 고양이에서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 등이 있다. 비필수백신(개전염성기관기관지염, 개인플루엔자, 개코로나바이러스 등)은 해당 질병에 대한 환자의 노출 빈도나 생활환경 등에 따라 접종 여부를 결정한다.

예방접종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식욕부진, 기력 저하, 발열, 주사 부위 염증 등이다. 연구에 따르면 접종 30일 내 백신 부작용 발생 빈도는 개에서 0.32%, 고양이에서 0.52%로 매우 적다. 급성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과민반응에 의한 것으로 구토, 설사, 호흡곤란, 안면과 전신의 가려움증과 부종, 허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부분은 투여 1일 이내에 발생한다. 급성 과민반응이 생겼다면 가능한 한 빨리 동물병원에 연락해 이에 대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

접종 당일에는 심한 운동이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안정을 취하게 한다. 목욕 역시 시키지 말자. 접종 후 2시간 정도는 동물 혼자 두지 말고 부작용이 있는지 관찰한다.

이상으로 반려동물 예방접종에 대해 알아보았다. 예방접종은 질병 예방을 보장하지 않는다. 예방접종을 했다고 접종 대상 질병이 100% 안 걸리는 것도 아니다. 예방접종은 접종 부작용 위험성에 비해 질병 예방 효력이 훨씬 크고, 비싼 치료비에 비해 접종비가 저렴하며, 죽음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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