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절단 중상' 70대 확진 판정 받아 수술 병원 못 찾아
천안 민간병원 김종필 원장 감염 무릅쓰고 수술 진행

천안 나은필병원 김종필 원장.
천안 나은필병원 김종필 원장.
"의사다운, 의사로서 언제나 현장에서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돕고 싶습니다."

`수지(手指) 절단`이라는 중상에 코로나19 확진까지 겹쳐 봉합수술을 받지 못한 70대 할머니가 한 의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손가락을 지킬 수 있었던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5일 도에 따르면 아산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는 지난 2일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제면기에 왼손 약지가 끼는 사고를 당해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즉시 A씨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봉합수술은 받을 수 없었다. 전문 의료로 안착된 수지 절단 봉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이 종합병원에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종합병원 소개로 천안지역 전문병원을 찾았지만,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손가락을 봉합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나올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렸다.

하지만, 3일 오후 A씨 가족이 아산 보건소에 연락하며 상황은 급변했다. 아산 보건소는 A씨 상황을 도에 전했고, 도는 전국 2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의 요청에 답한 병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는 박보연 충청남도의사회장에게 이 사실을 전하며 도움을 구했다.

박 회장은 도내 병원을 대상으로 수소문했고, 천안 나은필병원 김종필 원장(51·사진)이 수술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산보건소는 김 원장 등 의료진에게 방호복을 전달했고, 천안 동남소방서는 음압캐리어를 이용해 A씨를 나은필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원장은 A씨가 음압캐리어 안에 있는 상태에서 다친 손만 꺼내 수술을 집도하는 기지를 발휘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A씨는 천안의료원으로 이송돼 코로나19 치료를 받았다.

김 원장은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라며 "도와 아산 보건소, 도 의사회, 의료진 등이 한마음으로 대응해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로서 도내 손가락 등 절단 사고를 입은 환자들을 자주 수술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라며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애착이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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