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200개 이전 추진은
위기의 지방을 구할 특효약
차기정부 빠른 결단 내리길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20대 대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후보들은 정책과 공약을 대방출했으며 유권자들은 그것을 보고 자신의 한 표에 미래 희망을 얹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굳이 미덥지 않은 한가지를 꼽는다면 후보들의 지역균형발전 관련 공약 완성도라고 본다. 이 부분이 빠진 것은 물론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을 상대로 맞춤형·특화 공약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것 저것 제시한 것은 많으나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다. 지역을 빼 버리면 다른 곳에 가서 재탕해도 특별히 어색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균형발전 정책이 국정의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지역에 철도망 깔고 고속도로 내고 미래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못지 않게 균형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지방 이전 만한 특효약이 없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수도권 공공 부문 자산을 지방 혁신도시로 내려보내는 공공기관 `하방`이 지방에만 좋은 일이 된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상생발전의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사실은 1차 공공기관 이전 평가를 통해 유의미한 지표가 도출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은 초과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 52% 이상이 몰려 있는 데다 국내 100대 기업 91% , 벤처기업 70%, 제조업체 57%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더해 금융대출 67%를 수도권이 점유하고 있고 대학, 의료기관, 문화시설 등도 포화상태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수도권 일극주의 팽창이 멈출 기미가 안 보이니 더 문제다. 대형 정부 공모사업을 독과점하기 일쑤고 신도시 개발 바람까지 더해져 비수도권과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대로 가면 지방의 광역·특례시급 도시 등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 인구 줄어들고 재정 자립도 빈약한 곳은 벼랑으로 내몰리는 시간이 더 빠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위기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필수적 과제다.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과 지역과의 불균형 문제로 다른 선진국들도 홍역을 치러왔다. 그래서 그런 나라들도 일찍이 공공기관 이전에서 해법을 찾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파리)의 경우 공공기관 이전을 전국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수십 년째 시행중인 사실을 특기할 수 있겠고 영국(런던), 스웨덴(스톡홀름) 같은 나라도 비슷한 인구 분산책을 정책 수단으로 삼아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길을 가기 시작했지만 2019년 12월 1단계 153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끝으로 동력이 끊겼다. 그 과정에서 전국 10개 시·도 혁신도시가 공공기관 이전 수혜자가 된 반면, 이듬해인 2020년 10월 혁신도시 지정 막차를 탄 대전·충남은 무늬만 혁시도시이지 공공기관을 받지 못한 채 마른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금 정부와 여당은 200개쯤 되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어음을 발행하는 행태를 보이다가 선거가 끝나면 시간을 끌었고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빈말에 그쳤다.

지방이전은커녕 되레 공공기관 `하방 경직성`이 더 심화되는 역설이 연출됐다. 지난달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해 10곳이 공공기관 지정을 받아 수도권 체중이 더 불어났다. 또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임직원 숫자도 35%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외형도 비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균형발전과 배치되며 이런 모순이 없다. 5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 재시동을 빠르게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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