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장처럼 (이해인 지음 / 샘터 / 368쪽 / 1만 6000원)
이해인 수녀가 전하는 삶과 죽음, 사랑 이야기
일상 속 감사·깨달음 통해 감동과 위로 전달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위로와 축복이 필요한 지금, 계속되는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운 때다. 올해 만 77세, 서원 54주년을 맞은 저자는 책 제목처럼 온기와 향기를 품은 글들로 위안과 용기를 보낸다.

제목에 `꽃`이 들어간 책을 워낙 많이 펴내와서 피하려 했건만, 이번 책 제목에도 거침 없이 넣고 말았다. 요즘 마음에 담고 있는 꿈과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시가 바로 `꽃잎 한 장처럼`이기 때문이다.

후배 수녀가 "어디 가서 수녀님 이야길 하면 아직도 살아 계시냐고 물어요"라고 안부를 전하는 나이지만, 그는 글을 쓰며 미지의 독자를 상상하는 일에 여전히 즐거움을 느낀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우리 그냥// 오래오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살자"는 건 자신과 독자 모두를 위한 다짐이다.

책에 실린 시와 에세이 등 글들은 대부분 코로나19 확산 이후 쓰였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급변한 우리 삶의 모습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교훈을 얻고 희망을 찾고자 한 저자의 마음이 글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1부에는 더러 지면에 발표했으나 안 한 것이 더 많은 최근의 시들을 담았고, 2부에는 일간지에 연재되었던 시 편지를, 3부에는 이런저런 기념 시와 글들을 담았다. 그리고 4부에는 지난 1년간 일상생활을 메모해 둔 일기 노트의 일부를 실었다.

1부에서는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에서 얻는 기쁨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2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과 일상이 변화된 모습들이 드러난다. 거리두기, 자가격리 등으로 변화된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한 글은 우리에게 함께하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코로나 블루`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이란 것은 거창한 데에만 있는 게 아닌 일상의 당연함 속에 누려왔던 것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속되는 거리두기로 옆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위로와 축복이 필요한 시대에 저자는 연둣빛 바람 부는 봄날의 꽃 향기와 위로가 담긴 시 편지를 건넨다. 이 책은 봄이 와도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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